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여행의 개념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휴식과 힐링을 위한 여행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루틴(Routine)’을 지키는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힐링이 아니라 자신이 일상에서 실천하는 건강한 루틴을 여행지에서도 그대로 이어가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다연(가명) 씨는 최근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며 매일 아침 요가와 러닝, 그리고 간단한 식단 루틴을 지켰다. 김 씨는 “예전엔 여행을 가면 식사나 수면 패턴이 다 깨져서 몸이 더 피곤했다”며 “이제는 여행도 내 루틴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즐긴다”고 말했다.

여행 업계에서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항공사와 호텔, 여행 플랫폼들은 ‘루틴형 웰니스 패키지’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대에 요가 클래스가 포함된 숙박 상품, 러닝 코스를 안내하는 전용 지도,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조식 프로그램 등이다. 단순한 힐링 여행이 아닌, 개인의 루틴을 유지하며 정신적 안정과 신체적 활력을 함께 추구할 수 있도록 기획된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뉴 웰니스(New Wellness)’로 정의한다. 이는 여행지를 도피처로 삼는 기존의 휴식형 여행과 달리, 자기 관리와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형태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와 개인의 라이프밸런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MZ세대는 ‘삶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여가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해 자신의 루틴을 공유하는 문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루틴여행’, ‘#웰니스루틴’, ‘#요가트립’ 등의 해시태그가 수십만 건 이상 검색된다. 이들은 여행지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나의 루틴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박종덕 박사(호텔관광학)는 “이전 세대가 여행에서 일탈을 추구했다면, MZ세대는 ‘일상의 지속’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일과 삶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세대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루틴 중심 여행’은 웰니스의 새로운 진화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리듬을 지키며 삶 전체를 관리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단기적인 ‘힐링’이 아닌 지속 가능한 ‘루틴 관리’가 진정한 웰니스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MZ세대는 여행을 ‘휴식의 도피’가 아닌 ‘루틴의 확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루틴형 웰니스 여행은 정신적 안정, 자기 효능감, 지속 가능한 건강을 추구하는 새로운 여행 패턴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여행 산업은 맞춤형 루틴 프로그램, 개인화 웰니스 콘텐츠를 중심으로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