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는 어른을 보장하지 않는다
“스무 살이 넘으면 어른이 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배워왔다. 하지만 20대의 문턱을 넘은 많은 이들이 말한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다고 해서 삶의 모든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진짜 어른은 생물학적 나이보다 훨씬 더 늦게 찾아온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스리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조율하는 능력을 배우는 일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성숙한 책임감 사이에서 우리는 흔들린다. 그리고 그 불안과 혼란의 시간을 통과하며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타인에게 상처받는 방식을 배움과 동시에, 상처 주지 않는 법을 깨닫는 과정이다. 그것은 결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서른이 되어서야, 누군가는 마흔이 되어서야 그 문턱을 넘는다.
사회가 만든 ‘어른의 기준’이라는 허상
현대 사회는 ‘어른’을 생산성과 책임으로 규정한다. 일정한 소득이 있고, 가정을 이루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면 어른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지나치게 외적인 조건에 머물러 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인간의 발달 단계를 설명하며 ‘성인기’의 핵심을 ‘친밀감과 생산성’ 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진짜 성숙은 외적 성공보다 ‘내면의 일관성’ 에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성인’이 되는 법은 배웠지만 ‘어른’이 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학교는 경쟁을 가르쳤지만, 상실과 용서, 기다림의 미학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성공을 이뤄도 공허하다. 관계는 불안하고, 타인의 기대에 휘둘린다. 어른의 가면을 썼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이의 상처를 품은 채 살아간다. ‘성숙’이란 결국 이런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 안에서 통합하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리학·철학·세대의 시선에서 본 ‘어른됨’
심리학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아 통합’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이를 욕망을 억누르는 과정으로, 융은 ‘자기실현’으로 보았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며, 그 책임을 인식할 때 비로소 성숙이 시작된다고 했다.
이 시대의 어른됨은 과거와 다르다. 산업화 세대가 ‘희생’을 통해 성숙했다면, 오늘의 세대는 ‘균형’을 통해 성숙한다. 과거의 어른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버렸고, 지금의 어른은 자신을 지키며 타인과 공존하려 한다. 또한, ‘감정 노동’과 ‘관계 피로’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감정의 자율성은 새로운 성숙의 척도다. 더 이상 ‘참는 어른’이 아니라 ‘표현하는 어른’이 필요한 시대다.
이처럼 어른의 정의는 세대와 사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공통점은 있다. 진짜 어른은 타인의 삶을 통제하지 않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성숙은 ‘시간의 선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숙’은 자연 발생적인 결과가 아니라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다. 하버드 대학의 성인 발달 연구(Grant Study)에 따르면, 진정한 행복과 성숙의 척도는 부와 명예가 아니라 “관계를 어떻게 다루는가” 였다.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일수록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고, 나이가 들어도 긍정적 자아를 유지했다.
즉, 어른이 된다는 건 사회적 성공을 이룬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을 조화롭게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성숙’은 의식적인 자기 성찰의 결과로만 도달할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감정의 순간에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 이것이 어른이 되는 핵심이다. 어른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여전히 배우는 중
“진짜 어른은 언제 되는 걸까?” 아마 그 답은, 끝내 ‘완성되지 않는다’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끊임없이 배우고, 실수하고, 후회하며 성장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성장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나보다 어린 세대에게서도, 부모의 세대에게서도, 삶의 실패 속에서도 배운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배움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 를 갖는 것이다. 진짜 어른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로 증명된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 자신을 꾸짖되 미워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여전히 불완전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용기 그것이 바로, 나이보다 늦게 찾아오는 성숙의 시간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오늘 하루,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