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남자의 전유물이던 시대 - ‘커피 반대운동’이 일어난 이유



오늘날 커피는 남녀 모두의 일상 속 필수품이지만 17세기 영국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당시 커피는 남성의 사교 문화와 깊게 얽혀 있었고 커피하우스는 오직 남자들만의 세계였다. 런던 곳곳에 생겨난 커피하우스는 정치와 경제, 문학을 논하는 ‘지식의 광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 문은 여성에게 철저히 닫혀 있었다. 남성들은 하루 종일 커피하우스에 머물며 토론과 담소를 즐겼고 집에서는 아내와 가족을 외면했다.

1674년, 결국 참다 못한 여성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커피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청원서(The Women's Petition Against Coffee)』를 발표하며 남성들의 커피 문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청원서에는 “커피가 남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부부 관계의 활력을 빼앗았다”는 풍자적인 표현이 담겼다. 일종의 ‘섹스의 부재’ 선언이었다.
이들의 항의는 단순한 가정 불만이 아니었다. 커피하우스는 남성 중심의 정치 담론과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공간이었고 여성들은 그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여성들의 커피 반대운동은 당시 사회의 성별 권력 구조에 맞선 초기 여성 담론의 표현이기도 했다.

물론 이 운동이 커피 문화를 완전히 뒤집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영국 사회는 점차 여성의 발언권과 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커피하우스는 서서히 대화의 공간으로 변모해갔다.

한 잔의 커피가 가져온 이 작은 반란은, 결국 인간의 평등과 소통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커피를 마실 자격이 있는가?”




작성 2025.11.01 00:18 수정 2025.11.0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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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