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골고다 언덕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인간의 눈에 비친 이 '완전한 실패'가 사실은 하나님의 '완전한 승리'였다는 역설에 있다.

-십자가는 단지 로마의 형틀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동시에 성취되는 유일한 무대였다.

-그날 골고다 언덕에서 일어난 일은,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으심으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키고 인간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확증한 우주적 사건이었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역사의 모든 순간이 동일한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순간은 그저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순간은 인류의 운명을 통째로 바꾸는 분수령이 된다.

 

예루살렘 성문 밖, '해골의 곳'이라 불리던 골고다 언덕에서 보낸 그 몇 시간은, 의심할 여지 없이 후자에 속한다. 그날 그곳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도 가장 역설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골고다에는 세 개의 십자가가 섰다. 십자가는 당시 로마 제국이 고안한 가장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사형 도구였다. 그것은 제국의 권위에 도전하는 반역자, 노예, 혹은 가장 흉악한 범죄자에게만 허락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형틀이었다. 십자가형은 단순히 생명을 빼앗는 것을 넘어, 공공연한 조롱과 저주를 통해 한 인간의 존재 가치 자체를 파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 중앙에,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의 패를 단 나사렛 예수가 매달렸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날 골고다에서 일어난 일은 한 이상주의자의 처참한 실패였다. '하나님의 나라'를 외치던 그의 가르침은 로마의 권력과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기득권에 의해 무력하게 짓밟혔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군중은 그를 조롱했다. 십자가는 그의 삶과 사역에 대한 완벽한 종결 선언이자, 세상의 힘 앞에 무너진 한 인간의 비극적 종말이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인간의 눈에 비친 이 '완전한 실패'가 사실은 하나님의 '완전한 승리'였다는 역설에 있다. 

 

예수와 십자가의 관계는 우연히 만난 비극이 아니라, 태초부터 계획된 필연이었다. 십자가는 단지 로마의 형틀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동시에 성취되는 유일한 무대였다.

 

이해를 위해 우리는 십자가가 해결해야 했던 근본적인 문제, 즉 '죄'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죄는 단순한 도덕적 실수가 아니라, 거룩하신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가 근원적으로 단절된 상태이다.

 

그리고, 그 죄의 삯은 '사망'이다. 이는 영적 분리이자 심판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값을 치를 능력이 전적으로 부패한 인간에게는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어떤 선행이나 노력으로도 이 간극을 메울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수와 십자가의 관계가 정의된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공의'가 요구하는 심판과, 죄인을 구원하시려는 '사랑'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하나님은 거룩하시기에 죄를 간과하실 수 없지만(공의), 동시에 사랑이기에 인간을 포기하실 수 없었다.

 

골고다에서 일어난 일은 이 모순을 해결하는 유일한 해답이었다. 그것은 '위대한 교환'(The Great Exchange)이다.

 

죄가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자발적으로 십자가라는 저주의 자리에 섰다.

 

그가 십자가에서 받은 고통은 단순히 로마 군병의 채찍질이나 못 박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모든 죄와 허물이 그에게로 전가(轉嫁)되고, 그로 인해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영적 고통, 즉 '사망' 그 자체였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이 절규는 대속(代贖)의 핵심을 보여준다.

 

그가 우리의 죄와 수치, 죽음을 대신 짊어졌다. 그리고 반대로, 그의 완전한 의로움과 생명이 예수를 믿는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따라서, 십자가는 하나님의 공의가 남김없이 만족된 '심판의 장소'이자, 동시에 그 심판을 통해 인간에게 구원의 길이 열린 '은혜의 장소'이다.

 

그렇기에, 예수가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외친 "테텔레스타이"(다 이루었다)는 패배자의 탄식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빚이 청산되었음을 알리는 '승리의 선언'이다. 죄의 빚이 완벽하게 갚아졌고, 죽음의 권세가 깨어졌으며, 사탄의 참소가 무력화되었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던 휘장이 찢어졌음을 선포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십자가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상징의 변혁을 겪었다. 

 

가장 끔찍한 '수치와 저주의 상징'이, 가장 영광스러운 '사랑과 구원의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죽음의 도구가 생명의 통로가 되었고, 절망의 상징이 희망의 깃발이 되었다.

 

십자가는 이제 비어있는 무덤과 함께, 예수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음을 증거하는 기독교 신앙의 심장이 되었다.

 

결국, 그날 골고다 언덕에서 일어난 일은, 한 남자의 비극적인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으심으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키고 인간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확증한 우주적인 사건이었다.

 

예수와 십자가의 관계는,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인간의 절박한 필요가 만나는 유일한 지점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실패는 그의 승리가 되었고, 그의 죽음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이 되었다.

 

작성 2025.11.01 02:53 수정 2025.11.0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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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