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움직임과 생산성을 요구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우리는 무언가를 하고, 보고, 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스마트폰 알림은 우리의 집중을 방해하고, 끝없이 밀려오는 업무와 정보는 우리를 지치게 한다. 이러한 연속된 바쁨 속에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바로 '멈춤'의 미학과 그 멈춤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여유'와 '성찰'을 말이다.
‘멈춤’은 결코 나태하거나 무의미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격렬한 삶의 흐름 속에서 잠시 스스로를 분리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의도적인 행위다. 그리고 이 ‘멈춤’에 가장 우아하고 효과적인 배경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문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한 편, 책 한 권, 음악 한 곡, 혹은 미술관의 그림 한 점이 바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어줄 수 있다.
우리가 문화를 접할 때, 우리는 잠시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다른 세계로 떠나게 된다. 이 순간은 '삶의 여유'를 선물한다.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을 살아보거나, 낯선 선율 속에서 감정의 파도를 타기도 한다.
이러한 간접 경험은 우리의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지친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카페에 앉아 책장을 넘기거나, 조용한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는 물리적 휴식뿐 아니라, 정신적 여백을 선사하여 다음 행보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휴식 이상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적극적인 여유인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 작품은 작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의 삶과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나 소설 속 등장인물의 고뇌를 통해 나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거나, 음악의 멜로디와 가사 속에서 잊고 있던 감정을 마주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담은 사진 한 장이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고전 문학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본연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처럼 문화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폭넓은 시야를 열어주며, 피상적인 현실 너머의 본질을 탐구하게 합니다.
결국, '멈춤의 미학'은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문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행위다. 이는 우리의 내면을 살찌우고, 세상을 더 풍부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의도적으로 멈추어 서서 문화를 만나는 시간은 사치가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삶의 지혜다.
[심선보]
칼럼니스트
머니파이 대표
금융투자 강사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시부문 작가 등단
저서:초보를 위한 NPL투자 가이드, GPL투자 파이프라인
메일 : ssonbo@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