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오랜 시간 ‘조용한 살인자’로 불려왔다. 뚜렷한 초기 증상 없이 인체를 서서히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심혈관 질환·실명·신부전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며 생명을 위협한다.
최근 국내 보건당국 통계에 따르면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특히 20~30대 젊은층의 증가율이 급격하다. 과거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졌던 당뇨병이 이제는 청년 세대의 건강까지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당뇨 발병은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생활 패턴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2030세대 당뇨병 급증의 경고 신호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30대 이하 당뇨병 환자가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예전에는 50세 이상에서 주로 발병했지만, 최근에는 대학생·직장 초년생·프리랜서 등 다양한 계층에서 조기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업무 스트레스, 야근, 잦은 회식,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인해 체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공복 혈당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비만과 운동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젊은 당뇨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관계자는 “과거엔 60대 이상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20대 당뇨 환자도 흔하게 진료한다”며 “이는 명백히 생활습관 질병으로의 양상이 젊은 층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활습관이 만드는 위험한 패턴
현대 사회에서 ‘간편함’은 건강의 적이 되고 있다. 배달음식, 가공식품, 카페 음료, 야식 등 고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이 일상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혈당 조절 능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여기에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분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혈당 수치가 쉽게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또한, 재택근무 확산으로 활동량이 줄고, 운동 부족이 겹치면서 ‘보이지 않는 비만’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의 당뇨 전단계(공복혈당장애) 비율은 10년 전보다 약 1.8배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리듬이 건강을 압박하는 시스템적 문제로까지 분석된다.

젊은 층일수록 ‘나는 괜찮다’는 자신감이 문제다. 당뇨병은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미 수년간 혈당이 높아진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20~30대라도 가족력, 비만, 잦은 음주, 운동 부족이 있다면 정기적인 혈당 검사와 건강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뇨병은 조기 발견 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식단 조절, 유산소 운동, 체중 감량만으로도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통한 자가관리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혈당 측정기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시간 데이터를 기록하고, AI가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당뇨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과 사회적 대응
이제 당뇨 관리의 주체는 개인만이 아니다. 기업은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으며, 지자체와 보건소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혈당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청년 건강검진 지원을 강화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당뇨 예방형 건강포인트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경제적”이라며 “사회 전체가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조용한 살인자’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젊을 때부터의 자각과 행동 변화다. 2030세대의 건강이 무너지면, 사회의 지속 가능성 또한 위태로워진다.
당뇨병은 더 이상 노인의 질병이 아니다. 청년 세대의 식습관, 스트레스, 생활 리듬이 변하면서 2030세대 당뇨병은 새로운 공중보건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진단과 꾸준한 관리, 사회적 인식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 당뇨는 더 많은 젊은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혈당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이 된 지금, 개인과 사회의 경각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