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위자연과 통하는 내면의 성장 -
(노력과 믿음을 통한 자기 성장 가능성)
교실에는 늘 두 부류의 학생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남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노력해도 어차피 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도전하기보다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스스로 한계를 정해 버린다. 이런 사고방식은 심리학자 캐럴 드웩(Dweck, 2006)이 말한 고정마인드셋(fixed mindset) 에 해당한다.
능력은 고정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노력 끝에 실패하면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난다는 왜곡된 생각을 가져서 차라리 시도조차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성공이 보장된 쉬운 과제를 선호하고 도전적인 일에는 소극적이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자신을 탓하다가 이렇게 생긴 내면의 불안은 외부로 향하여 이내 부모나 교사, 혹은 제도를 탓하며 자신의 위안점을 찾기에 급급하고 심한 경우에는 타인의 시선에 갖혀 말한마디를 칭친과 비난으로 나누어 곱씹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이들의 눈빛에는 늘 긴장이 서려 있고 그 긴장은 어깨와 손끝으로 번져 어느새 몸의 태도를 결정짓는 습관이 되어 버린다. 의지는 강하지만 마음에는 평정심이 없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삶, 그것이 배움의 역설이다.
그러나 또 다른 부류의 학생들도 있다. 그들은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아 묵묵히 자신을 점검하며 전진한다. 남의 기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늘의 자신이 어제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천천히 되돌아본다. 누가 보지 않아도 자신이 세운 기준과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며 실패하더라도 그 속에서 배움을 찾는 긍정성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노력과 시간이 쌓이면 능력이 성장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다. 즉, 성장마인드셋(growth mindset) 을 지닌 학생들이다. 그들은 남에게 비춰지는 모습보다 배우는 과정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며 결과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과정에 가치를 둔다. 실패를 능력 부족으로 여기지 않고, “아직 충분히 배우지 않았을 뿐”이라는 믿음으로 자신을 재정비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며 이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동기를 견인한다.
따라서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장 눈에 보여지는 성과보다는 오르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 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아니 흔들 수 없을 정도의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은 무형으로 존재하지만 스스로를 지탱하게 하는 믿음이자, 내면의 중심이며 배움의 근원과 상통하는 이치이다.
이 두 부류의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이 떠오른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타인의 리듬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도(道)에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 자세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본모습이 아닐까.
노자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라 했다. 억지로 하지 않아도 이루지 못함이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게으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안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상태로 있을 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조화롭게 완성된다는 깨달음이다.
배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지 말고 내면의 흐름에 따라 나아갈 때 비로소 배움은 역동하고 자연스럽게 자기다움 속에서 성장한다. 즉, 성장마인드셋의 ‘노력은 곧 성장의 과정’이라는 믿음은 이 무위자연의 흐름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억지로 무언가를 이루려 하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을 잡고 그것을 좇아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힘이다.
이런 태도를 갖춘 학생들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은 결코 서두르지 않지만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 흐름을 거스르지 않기에 멈추지 않고 억지가 없고 유연하기에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결국 추구하는 목적에 도달하여 그 안에서 유희과 행복, 몰입이 선사하는 즐거움과 함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이들의 배움에는 인위가 없고 막힘이 없으므로 더 멀리 더 깊이까지 도달한다. 단지 성장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내면의 단단함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그 상태의 지속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열매이며, 이는 학습의 공간 안에서 가장 강렬한 열정의 에너지로 변환되어 무대의 조명처럼 그 학생을 비춘다.
그럼 이러한 두 흐름이 공존하는 교육의 장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통제와 훈계로 일관하는 인위적인 개입인걸까? 그것보다는 무인위적인 행위, 즉 가만히 바라보는 흐름 사이에서 시기 적절할 때 적당한 방향을 암시하는 일일 것이다.
학생이 남과 비교하며 자기를 잃을 때 “너는 이미 충분이다. 너의 길을 가고 있다”고 존재의 가치를 재정립해 줄 수만 있어도 그래서 그 한마디가 도(道)의 의미처럼 그 학생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의 교육자란 바로 그렇게 자연스러운 환경과의 조화 속에서 학생들에게 울림으로 깨우침이 전달되는 사람이다.
외부 상황은 항상 변화하고 안정감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 그러나 마음 속의 중심을 무위에 둔다면 어떤 불가항력적인 여려움 속에서도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갈 수 있다. 그 마음이 바로 배움이며 그 안에 담긴 평정이야말로 진정한 만족이기 때문이다. 이 무위자연의 마음이 곧 성장마인드셋을 의미한다.
변화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력과 경험을 통해 자신이 끊임없이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바로 그 근본이다. 이 강력한 내면의 에너지는 성장의 발판이자 동기의 근원이며 결국 인간 누구에게나 잠재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효능감의 실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