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조이스(1882~1941)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작가로, 소설, 시, 희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20세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대표작으로 '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이 있다. 이 작품은 15편의 단편으로 묶여 있는 '더블린 사람들'의 마지막 작품으로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쓴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1888 ~1965)은 이 작품을 최고의 단편이라 칭했다고 한다.
모컨 자매의 파티는 30년째 이어져 오는 연례행사인데 이 파티에 조카 부부인 게이브리얼과 그레타도 참석한다. 게이브리얼은 두 이모가 무척 아끼는 조카다. 좋은 학벌과 교사라는 직업과 파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준다. 이모가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왈츠를 추고 만찬을 즐기며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게이브리얼은 사람들 앞에서 이 파티를 주관한 이모들의 건강과 행복, 재물과 장수를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한다.
시간이 흘러 파티를 파할 시간이 되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 그는 우연히 발견한 그레타의 모습을 발견하고 성적인 욕망을 느끼게 된다. 파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게이브리얼은, 그녀를 살피면서 기다린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고, 그녀는 울음을 터뜨린다. 당황한 그가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어린 시절 사랑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 소년은 심각한 병에 걸려 죽었는데, 아까 들었던 노래가 바로 그 소년이 즐겨 불렀던 노래라고 했다.
울다 지쳐 잠든 그레타 옆에서, 게이브리얼은 생각에 잠긴다. 지금껏 죽은 첫사랑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그레타를 낯설게 느끼며, 그동안 자신이 알았던 평범한 삶 곳곳에 죽음이 존재함을 인식한다. 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머지않아 노래를 부르던 이모의 부음을 듣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은 아일랜드 전역에 내리고 있었다. 눈은 기우뚱한 십자가와 묘석 위에도, 작은 출입문 위의 뾰족한 쇠창(槍) 위에도, 그리고 앙상한 가시나무 위에도 눈은 바람에 나부끼며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는 책 속의 문장을 보자.
조이스는 '마비' 상태에서 깨어나는 자기 발견의 순간을 '에피퍼니'라는 말로 설명했는데, 에피파니(epiphany)의 사전적 정의는 신적인 혹은 초자연적인 것의 출현을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바로 이 눈이 내리는 장면이 죽음에 대해 직시하는 '에피퍼니'의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자신의 수명을 다하고 죽는 사람도 있으나 때론 사고로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죽음의 시간들이 섞여 있을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 또, 언제 내게 죽음이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죽음 앞에서 한없이 미약한 찰나의 시간을 살고 있으면서도 지금 살아있음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잊고 영원히 살 것처럼 마비의 삶을 살고 있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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