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율동시회] 영혼의 눈

허형만

 

영혼의 눈 

 

 

   이태리 맹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눈먼 가수는 소리로 느티나무 속잎 틔우는 봄비를 보고 미세하게 가라앉는 꽃그늘도 본다. 바람 가는 길을 느리게 따라가거나 푸른 별들이 쉬어가는 샘가에서 생의 긴 그림자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우주의 흙 냄새와 물 냄새를 뿜어낸다. 은방울꽃 하얀 종을 울린다. 붉은점모시나비 기린초 꿀을 빨게 한다. 금강소나무 껍질을 더욱 붉게 한다. 아찔하다. 영혼의 눈으로 밝음을 이기는 힘! 저 반짝이는 눈망울 앞에 소리 앞에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허형만]

1973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영혼의 눈』 『황홀』 『바람칼』 『만났다』 등 20권.

중국어 시집 ?許炯万詩賞析』, 일본어 시집 『耳な葬る』.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편운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한국가톨릭문인협회 이사장 역임.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명예교수. 

 

 

작성 2025.11.24 08:59 수정 2025.11.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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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