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이 이달 29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인문계열 지원 집중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최근 수험생들의 모의 지원 분석 결과, 인문계열은 지원 건수가 크게 증가한 반면 자연계열은 소폭 감소해 계열 간 온도 차가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진학사가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은 올해 수능에서 자연계 학생들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진학사의 설명에 의하면 “모의 지원 통계는 실제 원서접수 이전 단계에서 수험생들의 관심 지형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다.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서울대·연세대로 대표되는 SKY 3개 대학의 전체 모의 지원 건수는 지난해 4만 7393건에서 올해 5만 988건으로 7.6% 증가했다.
단순 증가폭을 넘어 눈에 띄는 부분은 인문계열의 변화다. 인문계열 지원 건수는 전년도 1만 4206건에서 2만 723건으로 45.9%나 급증했다. 반면 자연계열은 2만 9172건에서 2만 8652건으로 1.8% 줄어 미세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올해 수능에서 나타난 사회탐구 선택 비율 변화가 자리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사회탐구 2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32만 4405명으로 전체의 61%에 달한다. 자연계 학생들 사이에서도 상대적으로 점수 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연계열 지원을 전공 요건상 제한하는 대학이 오히려 기피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서울대는 자연계열 지원 시 과학탐구 응시가 필수이며, 고려대와 연세대는 과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사회탐구만 선택한 수험생이 자연계열을 선택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인문계열 지원에 더욱 몰리는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의 경우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가장 강하게 반영됐다. 연세대는 인문계열 지원자에게도 사회탐구 응시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데, 이 제도가 작용하며 인문계열 모의 지원 증가율이 무려 60.2%에 달했다. 같은 기준에서 고려대는 40.4%, 서울대는 36.3% 증가해 세 대학 모두 인문계열 경쟁 심화를 예고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의 관측에 의하면 인문·자연 모두 선발 인원이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문계열에 대한 쏠림이 실제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6학년도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이달 말 시작된다. 계열 선택에 따른 경쟁 구조 변화가 실제 합격선과 지원 패턴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