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취업 청년 다수는 창업을 새로운 진로로 고려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창업을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관심과 달리 현실적인 장벽이 여전히 두껍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와 함께 전국 미취업 청년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취업 청년의 창업 실태 및 촉진 요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7.6%가 향후 창업 의향이 ‘높다’고 답했다. 창업 의향을 ‘보통’이라고 밝힌 비율은 37.8%로, 전체 청년의 약 65%가 창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업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자신의 아이디어 실현’(39.1%), ‘소득 증대 기대’(35.1%)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관심 분야는 외식·소매업 등 일반 서비스업이 55.4%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지식 기반 서비스업(22.1%), AI·IT 관련 산업(9.1%)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년들이 바라보는 국내 창업환경에 대한 평가는 다소 냉정했다. 창업환경을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이 50.8%로 긍정적 평가(17.2%)의 약 세 배에 달했다. 창업에 대한 호감은 높지만 실제 창업 의향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감도 조사에서는 ‘높다’가 39.4%였지만, 실제 창업 의향 ‘높음’ 응답은 27.6%에 그친 것이다.
그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창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절반(50.0%)이 ‘실패 리스크 부담’을 지목했으며, 우리 사회의 기업가정신 수준을 높게 평가한 비율은 12.1%에 그쳤다. 48.3%는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창업 의향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해, 사회적 분위기 개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현재 시행 중인 정책 가운데 창업 의향을 가장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로는 ‘자금 및 인력 지원 강화’가 66.6%로 1위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글로벌 진출 지원(55.6%), 창업 공간 제공(54.5%), 창업 관련 행사 및 교육 확대(각각 53.3%, 52.3%) 등이 뒤를 이었다.
AI 활용이 필수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AI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53.6%에 달한 점도 눈에 띈다. 다만 AI 교육이 확대될 경우 창업 의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50.4%로 나타나, 청년 창업 정책에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는 “지속되는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전정신을 북돋는 사회적 기반이 중요하다”며 “특히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지원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청년층의 창업 열망이 단순한 ‘대안적 선택지’가 아닌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현재 창업 환경의 구조적 제약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정책적·사회적 기반을 혁신적으로 강화하지 않는 이상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이 창업을 미래 경로로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교육·문화·제도 전반의 개선이 이루어질 때, 청년 창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