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내 몸은 항상 뻣뻣할까?” 많은 사람들이 운동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이유는 더 단순하고 일상적이다. 바로 장시간 반복되는 업무 자세.
우리는 하루 중 절반 이상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말고, 골반을 뒤로 말아 올린 채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런 자세는 단순히 불편함을 유발하는 수준을 넘어, 근육의 길이를 실제로 변화시키며 결국 만성 통증을 만들어 낸다. 흥미로운 점은 근육이 단순히 ‘힘을 잃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짧아진다는 사실이다.
반복된 자세에 의해 특정 근육은 지속적으로 수축된 상태를 기억하고, 그 상태를 ‘기본값’으로 재설정한다. 예를 들어, 하루 6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둔근보다 장요근이 과도하게 짧아지기 쉽다. 이 작은 단축이 허리 통증, 골반 전방경사, 보행 패턴 이상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변화를 ‘운동 부족’이나 ‘체형 유전’ 정도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업무 자세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단순한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목·어깨 뻐근함, 허리 당김, 햄스트링 뻣뻣함은 근육 단축이 만든 전형적인 신호다. 결국 장시간 업무 자세가 우리 몸을 어떻게 재배열하고, 어떤 근육을 단축시키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통증 문제 해결의 첫 단계다.
현대 직장인의 하루는 책상과의 싸움이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되고 모바일 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했다. WHO의 자료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이상 앉아 있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이는 신체 기능 저하뿐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 증가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근육은 뼈와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자세를 유지하는 ‘지지 구조물’이다. 따라서 특정 자세가 장시간 유지되면 그 자세에 맞춰 근육은 길이를 조정한다.
특히 ‘고정된 자세’는 근육을 지속적으로 한 방향으로 당겨 근육을 단축시키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늘어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근육 밸런스가 무너지고, 통증과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업무 자세는 목 앞쪽의 흉쇄유돌근, 가슴의 대흉근, 엉덩이 앞쪽의 장요근을 단축시키는 대표적인 자세다.
반면 등 상부와 둔근은 지속적으로 신장되어 약화된다. 이런 비대칭은 현대인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전방머리자세’와 ‘골반 전방경사’를 만든다. 이처럼 자세와 근육 단축은 상호작용하며 신체 전반의 움직임을 바꾸어 놓는다. 그러므로 단순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는 접근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자세–근육 매칭을 명확하게 이해해야만 보다 효과적인 관리 전략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업무 자세가 근육 단축을 유발하는 과정을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한다.
생체역학적 관점
근육은 ‘길이–장력 관계’를 갖는다. 즉, 적절한 길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힘을 낼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자세가 반복되면 그 길이가 한 방향으로 고정돼 길이–장력 균형이 무너진다. 과도하게 짧아진 근육은 주변 조직을 끌어당기며 관절 정렬까지 바꾼다. 대표적으로 고개가 앞으로 빠져 있는 자세는 후두하근 단축을 촉진해 두통까지 유발할 수 있다.
신경근 기능 관점
잘못된 자세는 신경계의 움직임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 단축된 근육은 더 쉽게 활성화되고, 늘어난 근육은 반대로 활성화가 억제된다. 즉, 단축된 근육은 과도하게 일하고, 늘어난 근육은 일을 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이 때문에 어깨가 말린 사람의 어깨운동은 대흉근이 너무 빨리 반응해 승모근 상부까지 과활성되고, 등 근육은 충분히 개입하지 못하게 된다.
환경·습관 기반 관점
업무 중 사용하는 책상 높이, 모니터 위치, 의자 형태는 모두 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시간 앉아 있는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근육 단축 개선은 어렵다. 전문가들은 특히 스마트폰 사용을 강조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세는 목 앞쪽 근육과 흉근 단축을 가속화한다. 스마트폰을 하루 3시간만 사용해도 머리 위치는 평균 4~6cm 전방으로 이동한다는 연구도 있다.
장시간 업무 자세가 근육 단축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해하려면 자세–근육 매칭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는 대표적인 업무 자세와 단축되는 근육의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컴퓨터 앞 ‘앞으로 구부린 자세’
단축되는 근육 : 대흉근, 상부 승모근, 흉쇄유돌근, 견갑거근
이 근육들은 어깨를 앞으로 말고, 목을 앞으로 끌어당긴다. 장시간 유지되면 등 상부의 능형근·중하부 승모근은 늘어나며 약화된다.
오랜 앉은 자세(허리 말림 포함)
단축되는 근육 : 장요근, 대퇴직근, 햄스트링 일부
장요근 단축은 허리의 전만을 강하게 만들고 골반을 전방으로 기울게 한다. 이는 허리디스크 압력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다리 꼬고 앉기
단축되는 근육:비복근·내전근 일부, 이상근
골반 비대칭을 만들고 허리의 좌우 균형을 깨뜨린다.
스마트폰 사용 자세
단축되는 근육: 목 앞쪽 굴근군, 흉근
앞으로 숙인 고개는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근육 단축을 가속화한다.
이처럼 자세와 근육 단축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실제 근육은 수축이 반복되는 방향으로 길이를 기억하기 때문에 단축된 근육은 스트레칭만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흉근이 단축된 사람은 단순한 가슴 스트레칭만으로는 어깨 말림이 해결되지 않는다. 흉추 움직임 개선, 견갑 하방회전 근육 강화 등 ‘패턴 재교육’이 함께 필요하다. 즉, 정답은 ‘스트레칭만이 아니다’. 단축된 근육을 길게 만들고, 억제된 근육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복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근육 단축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신체 정렬을 왜곡하고 통증까지 유발하는 중요한 신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단축된 근육이 왜 생기는지, 어떤 자세가 문제인지조차 모른 채 반복적으로 통증을 겪는다. 우리가 매일 몇 시간씩 반복하는 자세는 결국 ‘내 몸의 형태’를 결정한다. 즉, 근육 단축은 피할 수 없는 현대인의 숙명이 아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다루면 충분히 늦추고 개선할 수 있다.
의자 높이를 2cm 올리는 것, 스마트폰을 눈높이로 올리는 것, 40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근육 단축을 예방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더 효율적이고 편안한 몸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당신의 몸이 단단하게 굳어 있거나 늘 뻐근하다면, 그것은 ‘근육이 이미 새로운 길이를 선택했다’는 신호다. 이제는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