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좀 내버려둬!" 청소년 자녀와 대화의 문을 여는 질문의 기술

닫힌 질문이 아닌, 열린 질문으로

‘왜’보다는 ‘어떻게’, ‘무엇’으로

해결책보다 감정을 묻는 질문

사진=chatgpt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말이다. “엄마, 그냥 좀 내버려둬.”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어머니의 첫 마디도 비슷했다. “우리 아이가 요즘 방을 잠가버린다. 뭘 물어봐도 ‘몰라’, ‘그냥’만 말한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김민정(가명) 씨의 고민은 낯설지 않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하루 일과를 재잘거리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김씨는 늘 묻곤 했다. “오늘 학교 어땠어?” “공부는 했어?”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 문제는 질문의 방식에 있었다. 부모의 질문은 관계의 온도를 좌우한다. 같은 관심이라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아이는 마음을 열 수도, 더 굳게 닫을 수도 있다.

 

“숙제 다 했어?” 이런 질문은 예/아니오 로 끝나는 닫힌 질문이다. 대화는 어느새 확인과 점검의 분위기가 되고, 청소년은 이를 감시로 받아들이기 쉽다. 대신 이렇게 묻는 편이 낫다. “오늘 수학 시간에 재미있거나 어려웠던 내용이 있었어?” 열린 질문은 아이가 경험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질문은 검사나 지적이 아니라 관심의 표현이 된다.


많은 부모가 실수하는 지점은 바로 ‘왜’ 질문이다. “왜 그랬어?”라는 말은 설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추궁처럼 들린다. 청소년은 스스로도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이때 ‘왜’를 들으면 방어부터 하게 된다. 김씨의 딸이 친구와 다투었다고 했을 때, 김씨는 이렇게 물었다. “왜 싸웠어? 네가 뭘 잘못했길래?” 딸은 즉시 입을 닫아버렸다.

 

상담 이후 질문을 이렇게 바꾸자 상황이 달라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그때 마음은 어땠어?” 딸은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아이의 고민을 들으면 부모는 서둘러 방법을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이 원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이다.

 

먼저 이렇게 묻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상황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였어?” “지금 너에게 필요한 게 뭐라고 느껴져?” 감정과 욕구를 묻는 질문은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는 힘을 키운다. 해결은 그 다음이다. 좋은 질문을 했다면, 이제 기다릴 차례다. 많은 부모는 질문 후 몇 초 만에 다시 말을 꺼내지만, 청소년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chatgpt

 

질문 뒤의 침묵은 불편하지만, 그 침묵이야말로 아이가 마음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조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태도는 아이에게 이런 메시지를 건넨다. “진짜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청소년기의 대화는 부모의 궁금증을 풀어내는 과정이 아니다.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안전하게 펼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 출발점은 바로 질문이다.

 

오늘 저녁, 이렇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뭐였어?” 작은 질문 하나가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다시 열어줄 수 있다.

작성 2025.12.05 02:46 수정 2025.12.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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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