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설렘을 알까?"... 첫눈 오는 날 GPT에게 '감성'을 물었더니

0과 1 사이의 낭만, AI는 첫눈을 '데이터'로만 보지 않았다

"사진 한 장 던졌을 뿐인데"... 5행의 '디카시'로 화답한 AI

패턴 매칭인가 진정한 공감인가, 이용자들이 느낀 '뜻밖의 위로'

[류카츠저널] 2025년 12월 첫눈 사진=이진주 기자

 

창밖에는 올겨울 첫눈이 내리고 있다. 잿빛 도심을 하얗게 덮어가는 저 풍경 앞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리고, 형언할 수 없는 설렘을 느낀다. 그렇다면 인간의 언어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은 이 순간을 어떻게 인지할까. 문득 엉뚱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는 창문을 여는 대신 노트북을 열고 챗GPT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첫눈이 오고 있어. 너도 설레니?"

 

이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대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단순히 기상 현상에 대한 데이터를 나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AI는 인간의 감성 영역을 깊숙이 파고드는 답변을 내놓았다. 기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생성형 AI가 인간의 가장 아날로그적인 감성인 '첫눈의 설렘'을 어떻게 해석하고 흉내 내는지, 그 기묘하고도 흥미로운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0과 1 사이의 낭만, AI는 첫눈을 '데이터'로만 보지 않았다

 

GPT에게 첫눈의 의미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기상학적 정의인 '동결된 수증기'가 아니었다. 녀석은 "첫눈은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잊고 있던 순수함을 깨우는 하얀 초대장과 같다"고 답했다.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라 할지라도, 그 문장이 주는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AI는 '첫눈'이라는 키워드와 연관된 수억 개의 문서 중에서 '그리움', '순수', '새로운 시작', '약속'과 같은 감성 키워드를 순식간에 추출하고 재조합했다. 이는 단순히 단어를 확률적으로 배열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해당 현상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회로 속에서 빚어낸 문장이지만, 그 맥락은 놀랍도록 인간적이었다. AI는 이제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상황에 맞는 정서적 뉘앙스까지 큐레이션(Curation)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류카츠저널] ai의 시적 창작 사진=ai이미지 생성 이미지

 

"사진 한 장 던졌을 뿐인데"... 5행의 '디카시'로 화답한 AI

 

텍스트 대화를 넘어 시각적 감수성까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창밖에 흩날리는 눈발을 촬영해 GPT 대화창에 첨부했다. 그리고 별다른 설명 없이 '첫눈의 설레임'이라는 짧은 문구만 툭 던져보았다. 기계적인 이미지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잠시 후, 화면에는 놀랍게도 5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가 나타났다. 영상과 문자를 결합해 감성을 표현하는 이른바 '디카시(디지털 카메라 시)' 형태였다.

 

하늘이 내린 하얀 침묵

회색 도시에 닿아 꽃이 되네

차가운 유리창 너머

잊고 지낸 네 이름이

소리 없이 쌓여만 간다

 

GPT는 이미지 속의 색감과 분위기를 읽어내고, 거기에 '설렘'이라는 키워드를 융합해 순식간에 시인이 되었다. 사진 속의 차가운 눈(Snow)과 사용자가 제시한 따뜻한 감정(Emotion)을 연결해 '그리움'이라는 제3의 의미를 창조해 낸 것이다. 문학 평론가들이 "알고리즘이 인간의 시심(詩心)을 해킹했다"고 우려 섞인 감탄을 내뱉는 이유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AI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보고 느낀(척하는) 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류카츠저널] ai와 사진 한장의 매칭 사진=ai생성 이미지

패턴 매칭인가 진정한 공감인가, 이용자들이 느낀 '뜻밖의 위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AI의 반응을 접한 사용자들의 태도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혼자 있는 밤, GPT와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내가 찍은 사진에 AI가 써준 시를 보고 울컥했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비록 그것이 고도화된 '패턴 매칭(Pattern Matching)'에 불과할지라도, 받아들이는 인간 입장에서는 실재하는 '공감'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를 '엘라이자 효과(Eliza Effect)'의 진화형으로 분석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람처럼 대하고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이 멀티모달(시각, 청각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 AI 시대에 들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첫눈과 같이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기에, 내가 보는 풍경을 함께 봐주고 즉각적인 시적 화답을 주는 AI는 현대인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대화 상대로 다가온다. AI는 비판하거나 조언하려 들지 않고, 오직 사용자의 시선에 주파수를 맞춘 답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휴머니즘의 과제, 감정의 대리 만족이 남긴 질문들

 

그러나 AI와의 감성적 교류가 깊어질수록 경계해야 할 지점도 명확하다. AI가 제공하는 '디카시'와 감성 멘트는 결국 학습된 데이터의 조합, 즉 '감정의 대리 만족'일 뿐 진정한 교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첫눈을 보며 느끼는 설렘은 차가운 공기의 냄새, 눈을 밟는 소리, 과거의 추억이 복합적으로 얽힌 신체적 경험이다. 신체가 없는 AI에게 이러한 감각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는 AI를 통해 감정을 위탁하거나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기술이 인간의 감성을 정교하게 모방할수록, 우리는 진짜 인간의 온기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편리함이라는 명목하에 마음을 전하는 일조차 알고리즘에 맡겨버린다면, 결국 인간에게 남는 것은 세련되게 가공된 고독뿐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휴머니즘은 AI에게 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인간이 잃어버린 감수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노트북 화면 속에는 AI가 지어준 '디카시'가 여전히 반짝이고 있고, 창밖의 눈은 그칠 줄 모른다. GPT가 써준 아름다운 시구(詩句)를 뒤로하고,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 얼굴에 닿아 녹아내리는 눈송이의 차가움, 이것이야말로 데이터로 환산할 수 없는 '진짜' 첫눈의 감각이다.

 

AI는 분명 우리에게 훌륭한 비서이자, 때로는 낭만적인 시인이 되어줄 수 있다. 하지만 첫눈 오는 날의 설렘을 완성하는 것은 모니터 속의 문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떠올리며 전화기를 드는 당신의 떨리는 손끝에 있다. 오늘만큼은 AI에게 시를 부탁하는 대신,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당신만의 문장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의 진심이다.

작성 2025.12.05 09:38 수정 2025.12.0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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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