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격차가 교육의 경계를 결정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야 한다. 경희학교에서 진행된 이번 SW·AI 체험캠프는 그 변화를 누구보다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특수학생들에게 미래 기술 체험은 어렵다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 캠프는 그 판단이 얼마나 오래된 시각인지 현장에서 증명했다. 학생들은 AI와 코딩, 디지털 창작 활동을 스스로 수행하며 기술을 ‘구경하는 대상’이 아니라 ‘활용하고 표현하는 도구’로 받아들였다. 이는 특수학교에서도 충분히 미래교육을 구현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결정적 사례이며, 디지털 격차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교육 모델이 지금 이곳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알리는 출발점이 된다.
특수학생 맞춤형 AI체험은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수준의 교육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속도와 이해 방식을 바탕으로 설계된 미래교육의 한 형태이다. 이 개념은 동일한 과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이 자신의 감각·인지·소통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경로를 따라 학습하도록 돕는 교육 철학을 전제로 한다. AI동화 제작이나 북커버 디자인, 모빌리티 코딩처럼 창작 과정이 포함된 활동에서는 학생의 표현 방식이 그대로 결과물로 이어지며, 이는 기술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경험’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조형하는 경험’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교육 모델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이자 특수학교에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미래형 학습 구조를 의미한다.
경희학교 SW·AI 체험캠프는 2025년 11월 3주차와 4주차, 총 2일간 경희학교 특별활동실과 교실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경희학교와 익사이팅에듀 정근화 대표가 협력하여 기획되었으며, 참여 대상은 중등과정을 밟고 있는 특수학생들이었다. 전체 운영은 사전 학생 이해도 조사와 활동별 난이도 조정을 포함해 맞춤형 구조로 설계되었다. 첫째 날에는 AI 기반 동화 제작과 북커버 디자인 활동이 이루어졌고, 둘째 날에는 미래 모빌리티 디자인과 블록코딩 실습이 진행되었다. 모든 과정은 실습 중심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이 결과물을 직접 제작하고 구동하는 경험을 통해 활동의 목적과 구조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운영되었다.
AI를 활용한 동화 제작과 북커버 디자인 활동은 특수학생들에게 기술을 단순히 접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 결과물로 표현하는 창작 경험을 제공했다. 학생들은 프롬프트 입력을 통해 이야기를 직접 구성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표현을 돕는 파트너’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특히 글과 그림이 결합되는 창작 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와 정서가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자신의 세계를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 자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험은 특수학생에게 중요한 자기표현 능력을 강화하고,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전환시키는 교육적 효과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래 모빌리티 디자인과 코딩 활동은 특수학생들에게 기술의 작동 원리를 직접 체감하도록 돕는 경험이었다. 학생들은 블록 형태의 부품을 조립해 차량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간단한 블록코딩으로 움직이게 하며 ‘명령이 실행으로 이어지고, 실행이 결과로 나타난다’는 코딩의 핵심 구조를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복잡한 문법이나 계산식을 배제한 직관적 설계 덕분에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이 즉시 결과로 나타나는 과정을 확인하며 문제 해결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키웠다. 또한 주행 실습을 통해 스스로 구상한 모빌리티가 실제로 움직이는 성취감을 맛보며 기술이 일상과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몸으로 이해하는 확장된 학습 경험을 얻었다.
이번 SW·AI 체험캠프가 남긴 가장 큰 성과는 특수학교 학생들도 충분히 미래 기술 기반 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사례로 검증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활동을 통해 기술을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친숙한 도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자존감 향상뿐 아니라 진로 탐색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교사들은 학생 맞춤형 구조가 실제 수업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학교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실질적 교육 모델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특수교육 현장에서 포용적 미래교육을 확장하는 기반이 되어 지역사회와 다른 특수학교로도 파급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희학교 SW·AI 체험캠프는 특수학생도 미래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입증한 상징적 사례였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창작과 코딩 활동을 완성하며 기술을 능동적으로 다루는 경험을 쌓았고, 교사들은 맞춤형 AI교육이 실제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디지털 격차가 학습의 한계를 의미하지 않으며, 교육 방식이 달라지면 기술 경험은 누구에게나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특수학교라서 못 하는 교육이 아니라, 특수학교라서 더 필요한 교육이 있다”는 메시지를 현장에서 다시 증명하며 포용적 미래교육의 방향을 또렷하게 제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자존감 향상은 물론, 특수교육 현장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