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 139편이 전하는 하나님의 친밀한 시선
시편 139편은 다윗의 개인적인 신앙 고백이지만, 동시에 인간 존재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시선을 보여주는 시다.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살펴보셨으므로 나를 아시나이다”라는 첫 구절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꿰뚫으시는 하나님의 친밀한 관계를 나타낸다. 현대 사회는 개인정보 보호를 외치며 타인으로부터의 간섭을 경계하지만, 다윗은 오히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아시는 사실 속에서 안전함과 위로를 느꼈다. 이 시는 우리에게 ‘완벽히 아시는 분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복음을 다시 들려준다.
다윗은 하나님이 자신이 앉고 일어섬을 아시며, 생각까지도 헤아리신다고 고백한다(2절). 이것은 단지 행동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심의 깊이를 보여준다. 사람은 외모를 보고 판단하지만, 하나님은 마음의 동기를 살피신다. 우리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의 혼란과 의심 속에서도 하나님은 이미 우리의 마음을 알고 계신다.
이 고백은 두려움이 아닌 위로의 메시지다. 하나님이 나의 약함, 상처, 실수, 심지어 숨기고 싶은 부분까지도 아시면서도 여전히 사랑하신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가장 큰 평안을 준다. 이 시는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시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아니라, “그분은 모든 것을 아시기에 결코 나를 버리지 않으신다”는 약속이다.
“내가 하늘에 올라갈지라도 거기 계시며, 스올에 내 자리를 펼지라도 거기 계시나이다”(8절). 다윗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곳은 없다고 고백한다. 인간은 실패나 죄책감 속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만, 하나님의 임재는 인간의 도피보다 넓다.
이 구절은 심판의 시선이 아니라 사랑의 추적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단죄하기 위해 쫓아오는 분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를 되찾기 위해 따라오시는 아버지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인생 속에서, 다윗은 “어둠도 주께 어둡지 않다”고 노래했다. 이 고백은 인간의 절망 한가운데에도 하나님의 빛이 침투할 수 있다는 신앙의 선언이다.
하나님께서 나의 모든 것을 아신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자유를 선물한다. 더 이상 숨기거나 위선으로 포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윗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내어놓았다. 그때 그는 심판이 아니라 용납을 경험했다.
현대인은 SNS 속에서 ‘보여지는 나’를 관리하느라 지쳐 있다. 그러나 시편 139편은 ‘보여지는 나’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시는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안식을 찾으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아신다면, 더 이상 사람의 평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분의 시선 안에서만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롭다.
시편 139편의 마지막 부분은 다윗이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시고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라고 고백하며 끝난다.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서는 삶은 두려움이 아닌 신뢰의 행위다. 하나님은 우리를 아시되, 정죄가 아니라 회복의 관점으로 바라보신다.
시편 139편은 결국 인간의 신앙이 “숨는 것”에서 “드러내는 것”으로 변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드러낼 때,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평안과 관계의 회복을 경험한다.
이 시는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이 숨고 싶을 때조차, 하나님은 당신을 찾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