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날 찾았니』가 그려낸 청춘의 현실과 구원
양수산의 『사람들이 날 찾았니』는 평범한 성장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 수리아는 단순히 ‘성장’하지 않는다. 그녀는 “살아남는다.”
엄마가 프랑스로 떠나고, 아빠의 집으로 옮겨온 수리아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버림받은 걸까?”
그러나 이 질문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번져나간다.
수리아의 고요한 내면에는 외로움이 늘 동거한다.
그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마치 팔꿈치처럼 그녀의 몸 일부다.
그리고 바로 그 외로움이 그녀를 ‘작가’로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소녀가 세상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는 이야기이자, 상처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삶의 언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다.
수리아는 자신이 쓴 소설로 문학상에 당선되며, 인생의 첫 ‘기쁨’을 경험한다.
그러나 곧 그것은 ‘소문’으로 바뀌고, 그녀의 주변은 해일처럼 무너진다.
양수산은 이 장면을 통해, 문학이 구원이자 동시에 또 다른 감옥이 될 수 있음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수족관 속 물고기들”처럼, 수리아는 세상의 시선과 오해 속에 갇힌다.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가 믿는 구원은 정말 자유를 주는가?”
문학상이라는 ‘칭찬’은 수리아에게 사회적 낙인이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부서짐의 순간이 그녀를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
수리아는 자신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이것이 양수산의 문학이 가지는 힘이다 — 상처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문장으로 드러내는 용기.
『사람들이 날 찾았니』는 청소년 문학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성인 독자를 위한 거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 아빠, 엄마, 호랑 아줌마, 반디, 두성 — 모두 각자의 외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어른들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며, 수리아의 성장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완전한 구원자”로 등장한다.
호랑 아줌마는 현실적이고 강인한 인물이다.
그녀는 수리아에게 “원하는 것을 고르는 법”을 가르치며, 사랑이란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인물의 존재는,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든 ‘누군가는 우리를 믿어줄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소설의 마지막, 수리아는 눈 내리는 겨울, 신발도 없이 수족관을 벗어난다.
그녀는 고래를 쫓는다.
이 장면은 상징적이면서도 강렬하다.
‘고래’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목소리, 존재의 크기, 그리고 자유를 의미한다.
양수산은 수리아의 여정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의 고래는 어디에 있습니까?”
『사람들이 날 찾았니』는 청춘의 불안과 성장, 그리고 자아 탐색을 넘어, 인간 존재의 고독과 회복을 노래한다.
그 여정은 수리아의 이야기이자,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