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백두산 천지 ‘백호의 영’
안녕하세요, 조아라입니다. 오늘은 북풍이 흰 숨을 토해 올리고, 시간조차 잠시 걸음을 멈춘 듯한 백두산의 품으로 여러분을 모시려 합니다. 하늘과 잿빛 호수가 맞닿아 은빛 고리를 이루고, 봉우리들은 오래전 기억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서 있는 이곳에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조용히 살아 숨 쉬어온 전설이 하나 있지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Let’s go.
아득한 원초의 시대, 천지는 아직 물의 얼굴을 갖지 못한 채 푸른 숨을 고르고 있었고, 산의 골격은 용의 잠 속에서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무렵 백두산을 ‘하늘의 입김이 닿는 자리’라 불렀는데, 이는 봉우리를 감싸던 신령의 기운 때문이라 전해요. 그 기운의 이름은 바로 ‘백호의 영’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백호는 구름의 뼈와 눈보라의 심장을 가진 존재로, 세상에 흩어진 노래의 파편을 모으기 위해 하늘과 땅을 넘나들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그는 산허리의 깨어진 화산석 틈에서 울고 있는 한 젊은 사냥꾼을 만나게 됩니다. 사냥꾼은 동료들을 잃고 방황하던 중, 어둠에 길을 삼킨 채 이곳까지 떠밀려 온 이였지요. 백호는 그가 잃어버린 삶의 목소리와, 자신이 잃은 오래된 노래의 울림이 서로 닮아있음을 느끼고 조용히 그의 곁에 앉아 몸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 순간, 잠들어 있던 땅속 깊은 곳에서 낮고 둔탁한 떨림이 피어올랐고, 그 떨림은 두 존재의 그림자를 천천히 물가로 끌어올렸습니다. 사냥꾼은 그 진동 속에서 헤매던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해요. 바람에 실려오는 듯, 불빛처럼 어슴푸레 번지는 그 부름이 그의 굳어 있던 마음을 조금씩 녹여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차갑던 봉우리가 붉은 새벽빛에 젖어 들면서, 잃어버린 이들의 모습이 천지의 수면 위에 선연히 떠올랐습니다.
사냥꾼이 깨어나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폈을 때, 백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대신 새벽빛 속에서 백두산의 깊은 품이 잔잔히 호흡하고 있었고, 천지는 마치 백호가 남긴 눈동자처럼 고요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고 해요. 그 뒤로 사람들은 새벽마다 호수 위를 스치는 서늘한 바람을 백호의 노래라고 믿었고, 백두산을 ‘잃은 길이 다시 이어지는 산’이라 불렀습니다. 그 속삭임은 지금도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흩어진 발걸음도 언젠가 하나의 길이 된다.”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조아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