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영동의 한적한 포도밭에서 출발한 와인이 아시아 와인 무대의 중심에 섰다.
오드린 와이너리는 ‘2025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출품작 전량 금메달을 수상하며 4관왕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성과의 중심에는 ‘와미남(와인에 미친 남자)’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박천명 대표가 있다.
3대째 포도밭을 지켜온 농부이자 한국 와인의 가능성을 세계에 증명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Q. ‘2025 아시아와인트로피 4관왕’ 소식이 큰 화제가 됐다. 소감부터 듣고 싶다.
“기쁘다기보다 묵직했다. 그동안 해온 선택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캠벨얼리와 샤인머스캣으로
세계 무대에 나가는 것이 무모하다는 시선도 많았지만, 이제는 가능성의 문제를 넘어 경쟁력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본다.”
Q. 오드린 와이너리의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최고가 아니라 유일함이다. 이미 완성된 스타일을 따라가는 대신 우리 땅, 우리 품종, 우리 입맛에서 출발한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흉내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다.”
Q. 금메달을 받은 네 종의 와인은 모두 성격이 다르다. 의도한 구성인가.
“그렇다. 와인은 사람과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베마루 설레임’은 가족 이야기에서 출발했고, ‘월류봉’은
영동이라는 지역의 얼굴이다. ‘샤인’은 대중성과 품질의 균형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Q. 특히 캠벨얼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가 많다.
“캠벨얼리는 ‘싸고 가벼운 포도’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재배 방식과 양조 접근을 바꾸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문제는 품종이 아니라 우리가 대하는 태도라고 본다.”
Q. ‘아시아와인트로피 써밋’ 공식 초청도 의미가 크다.
“한국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 와인이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기후 변화,
농업의 지속성, 음식과의 페어링까지 포함해 ‘한국형 와인’의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수출 규모보다 신뢰를 먼저 쌓고 싶다. 오드린이라는 이름을 보면 ‘한국 와인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길 바란다. 그게 다음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포도 농사가 천대받던 시절부터 밭을 지켜온 3대의 시간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응답을 받고 있다.
박천명 대표의 와인은 화려한 언어보다 묵묵한 축적의 결과물이다. K와인이 변방이 아닌 선택지가 되는 시대,
그 변화의 출발선에 오드린 와이너리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