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깊어질수록 생각난다, 겨울을 견디게 하는 중국요리의 힘

불과 기름, 겨울을 위한 조리법이 만든 따뜻한 맛

중국요리는 어떻게 추운 계절의 음식이 되었나

훠궈와 마라, 자극은 어떻게 위로가 되는가

사진 미식 1947

 

 

겨울 식탁 위에서 중국요리가 가진 문화적 역할

 

겨울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찬 바람이 골목을 파고들고, 해가 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질수록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뜨거운 음식을 떠올린다. 

국물이 끓고, 불꽃이 보이며, 한 숟가락만 떠도 몸속이 풀리는 음식이다. 이상하게도 이 계절이 되면 많은 이들의

선택지는 중국요리로 향한다. 

 

짜장면이나 짬뽕처럼 익숙한 메뉴에서부터 훠궈, 마라탕, 동파육 같은 본토 음식까지 겨울의 식탁에는 

유독 중국요리가 자주 오른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요리는 구조적으로 겨울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에 가깝다. 센 불, 기름진 조리, 향신료의 사용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생존의 방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겨울이 깊어질수록 중국요리는 더 또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추위를 피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오랜 식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중국요리는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가 된다.

 

중국요리는 왜 겨울에 강한가

 

중국은 넓은 대륙을 가진 나라다. 북방은 혹독하게 춥고 건조하며, 남방은 습하고 따뜻하다. 

이런 기후 차이는 음식 문화에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북방 요리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고열 조리와 기름 사용이 

발달했다. 볶고 튀기고 졸이는 방식은 음식의 온도를 높이고 열량을 보존하는 데 유리했다. 

 

훠궈 문화 역시 긴 겨울을 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한 냄비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 끓는 음식을 나눠 먹는 방식은 체온 유지와 공동체 결속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중국요리는 또한 약식동원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음식은 단순한 포만을 넘어 몸의 균형을 맞추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겨울에는 몸을 덥히는 재료와 조리법이 강조됐고, 매운맛과 기름진 맛은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는 역할로 인식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중국요리는 계절에 민감한 음식이 되었고, 특히 겨울에 강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 

한국에서 겨울마다 중국요리가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현상 역시 이 문화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자극적인 맛은 왜 위로가 되는가

 

겨울에 중국요리가 당기는 이유는 단지 따뜻해서만은 아니다. 마라, 고추기름, 화자오처럼 강한 향과 자극은 감각을 

즉각적으로 깨운다. 미각이 확실히 반응하는 음식은 추위로 둔해진 감각을 되살린다. 심리적으로도 자극적인 음식은 

일종의 보상으로 작동한다. 해가 짧고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감정의 활력이 떨어지기 쉬운데, 이때 강렬한 맛은 

기분 전환의 계기가 된다.


사회적 관점에서도 중국요리는 겨울의 음식이다. 혼자 먹기보다는 여럿이 나눠 먹는 구조가 많고, 테이블 위에 

김이 오르는 장면 자체가 겨울의 풍경이 된다. 훠궈나 중식 코스요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늘리고 체류 시간을 

길게 만든다. 

 

겨울에사람들이 식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중국요리는 몸뿐 아니라 관계를 

데우는 음식으로 기능한다.

 

겨울 음식으로서 중국요리의 완성도

 

겨울 음식의 조건은 분명하다. 

첫째, 온도가 높아야 한다. 둘째, 에너지 밀도가 있어야 한다. 셋째, 먹는 행위 자체가 오래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요리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센 불로 조리한 음식은 접시에 올려진 순간까지 열을 유지하고, 

기름과 단백질 중심의 구성은 겨울철 에너지 소모를 보완한다. 또한 훠궈나 탕류처럼 끓이며 먹는 음식은 

식사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린다.


여기에 향신료의 역할이 더해진다. 향은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고, 겨울이라는 계절을 각인시킨다. 그래서 중국요리는 

한 번 떠올리면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국물 음식이 많지만, 맑기보다는 진하고 강렬하다. 이 차이가 겨울에 중국요리가

선택되는 결정적 이유다. 담백함보다는 분명함이 필요한 계절에 중국요리는 가장 명확한 해답을 내놓는다.

 

우리는 왜 겨울마다 같은 음식을 찾는가

 

계절이 바뀌면 사람의 입맛도 변한다. 그러나 그 변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반응이다. 

겨울에 중국요리를 찾는다는 것은 추위를 견디기 위한 본능적 선택이자, 오랜 식문화가 축적한 지혜를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행위다. 중국요리는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을 맛으로 설명하는 음식이다.


올겨울, 다시 중국요리를 먹게 된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이 음식이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라,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을 말이다. 

추위가 깊어질수록 중국요리가 생각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여전히 음식으로 계절을 견디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익숙한 메뉴를 넘어 다양한 중국요리를 직접 경험해 보길 권한다. 지역의 중식당이나 전문점에서 훠궈, 

사천요리, 북방식 요리를 천천히 맛보며 겨울 식문화의 맥락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음식으로 계절을 읽는 

감각을 다시 깨워보자.


 

 

작성 2025.12.15 00:38 수정 2025.12.15 00:40

RSS피드 기사제공처 : 미식1947 / 등록기자: 이윤희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