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종교가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지에 대한 국민 인식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21.7%가 동의했고 인공지능 개발에 종교적 가치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35.4%가 반대했다.
마인드랩은 지난 10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종교문해력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됐으며 영적 지향성, 다종교 실천력, 종교에 대한 태도, 성윤리, 젠더 감수성, 인공지능과 불교 등 62개 문항을 통해 한국 사회의 종교 인식과 이해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종교가 개인의 삶과 고난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에 비교적 높은 가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한다는 항목의 평균 점수는 3.3점이었고 기도나 명상과 같은 영적 수행이 삶에 의미를 준다는 응답과 종교가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응답은 각각 3.2점을 기록했다. 반면 성직자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항목은 2.5점으로 가장 낮았다. 종교가 없는 응답자 집단의 영적 지향성 점수는 전반적으로 낮아 종교 성향에 따른 차이도 분명히 드러났다.
다종교에 대한 태도에서는 원칙적 존중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모든 신앙은 존중돼야 한다는 문항과 가족이 다른 종교를 가져도 존중할 수 있다는 문항은 각각 3.5점이었다. 거주지 인근에 다른 종교 시설이 들어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도 3.4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타 종교 의례에 실제로 참여할 수 있다는 항목은 3.0점에 그쳤고 타 종교의 독실한 신자를 배우자로 맞을 수 있다는 응답은 2.6점으로 더 낮았다. 원칙적 태도와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확인된 셈이다.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인식은 뚜렷했다. 종교인도 사회의 법과 제도를 따라야 한다는 항목은 평균 4.2점으로 가장 높았고 응답자의 78.9%가 이에 동의했다. 모든 종교는 서로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3.7점이었으며 종교 교리와 종교적 진리는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인식도 각각 3점대 중반을 기록했다.
반면 타 종교에 대한 관심과 학습 의지는 낮았다. 다른 종교의 교리나 의례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2.6점이었고 기회가 되면 다른 종교의 교리나 의례를 배울 수 있다는 응답은 2.5점에 머물렀다.
마인드랩 조성택 이사장은 탈종교의 시대라 불리지만 종교적이고 영적인 배움은 여전히 삶에 의미를 준다며 종교문해력을 높이는 학습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종교문해력 연구와 강연, 도서 출간, 웹진 발행, 명상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종교와 영성의 가치를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패널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조사기관은 한국리서치다. 표본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2000명으로 2025년 9월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가중치가 적용됐다. 전체 보고서는 사단법인 마인드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