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하다, 연극 ‘하얀 충동’

서울시극단 최연소 신임 단장으로 선정되며 주목받고 있는 연극 연출가 이준우가 이달 23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연극 ‘하얀 충동’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이준우 연출이 최근 보여준 인간 내면과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무대로, 범죄와 포용이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연극 ‘하얀 충동’은 세 차례의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뒤 15년간 복역하고 사회로 돌아온 인물 이리이치 가나메의 귀환에서 시작된다. 이야기는 그를 직접 바라보는 인물이 아니라,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스쿨 카운슬러로 일하는 오쿠누키 지하야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관객은 범죄자 그 자체보다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태도와 감정, 그리고 이해와 불안이 교차하는 지점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이자 재일교포 3세인 오승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충동이 어떻게 범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사회는 그 결과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 원작의 문제의식이 연극적 언어로 재구성됐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강력 범죄가 잇따르는 현실 속에서, ‘하얀 충동’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사회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관객 앞에 던진다.


작품은 범죄 이후의 세계를 단순한 응징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공생을 이야기하는 포용의 논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배제의 논리가 어떻게 충돌하고 공존하는지를 동시에 무대 위에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이준우 연출 특유의 인간 심리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집요한 시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하나의 역할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인물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끈다. 강해진과 이강욱, 이호철이 출연해 각기 다른 인물의 감정과 입장을 투영하며 극의 밀도를 높인다. 인물의 경계를 흐리는 이 방식은 인간 내면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시선의 복합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준우 연출은 연극 ‘붉은 낙엽’과 ‘왕서개 이야기’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과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이후 1인극 ‘지킬앤하이드’, ‘문 속의 문’ 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풍경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왔고, 이번 ‘하얀 충동’에서도 그 연장선에 선 질문을 던진다.


연극 ‘하얀 충동’은 네버엔딩플레이의 제작 지원 아래 앙상블리안이 프로듀서와 기획을 맡아 제작됐으며, 극단 배다의 협력과 서울시,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무대에 오른다. 17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동일 가격으로 예매는 놀티켓을 통해 진행된다. 심리학과 범죄심리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 등도 마련돼 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 각자의 자리로 되돌려놓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작성 2025.12.18 09:09 수정 2025.12.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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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