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한별 [기자에게 문의하기] /

“당신은 안개? 바람? 아니면 연기?”
괴로운 나머지 그렇게 불러보았더니
먼 데서
그이의 목소리가 되돌아왔지
“당신은 안개? 바람? 아니면 연기?”
- 신까와 카즈에, <술래잡기> 부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에는 다음과 같은 명구절이 나온다.
질투에 사로잡힌 영혼은
질투의 원인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질투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를 낳고, 스스로 태어난 괴물.
우리는 흔히 오셀로가 ‘사랑의 질투’에 사로잡혀 파멸했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오셀로는 그의 청순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걸까?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단호히 말한다.
“성관계는 없다.”
오셀로는 용병 출신으로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데스데모나는 원로원 의원의 고명딸이다. 이 둘의 성관계(사랑)가 가능할까?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소박하게 살아가는 원시인이었다면, ‘사랑의 질투’의 불길에 휩싸여 한 줌 연기로 사라졌을까?
오셀로는 사랑의 이름으로 데스데모나를 잔혹하게 죽였지만, 그의 사회적 지위(장군)가 그를 살인귀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라캉은 말한다.
“사랑은, 성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덮기 위해 발명된 것이다.”
우리는 한평생 사랑을 찾아 헤맨다.
“당신은 안개? 바람? 아니면 연기?”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