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600년의 화려하고도 파란만장한 오스만제국 시대(1299~2022)가 결국, 제1차 세계 대전의 패전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공화국(1923년)으로 시작된 튀르키예의 100년 현대 역사 가운데 풀지 못하는 난제 두 개를 꼽는다면, 하나는 경제적 몰락이고, 다른 하나는 안보 문제이다. 특별히, 튀르키예 공화국은 자국 내 끊임없이 발생한 테러와의 전쟁은 오랜 기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그동안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었고, 동부 지역을 필두로 전국에 테러가 발생하면서 전국의 혼란은 물론, 경제적으로 막대한 국방비와 수많은 인명 손실을 끼쳐왔다. 정말, 테러의 근절과 방지를 위한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현 집권당인 AK은 최근 국회(TBMM)에 테러 근절을 위한 '테러 없는 튀르키예' 보고서를 공식 제출했다. 총 6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테러 조직의 완전한 해체와 무장 해제를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를 확인한 후에만 후속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관점과 달리 '희망의 권리'에 대한 언급은 배제되었으며, 대신, 귀순 대원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별도의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시리아 내 SDG 조직이 다마스쿠스 정부와의 합의를 지킬 것을 촉구하며 국경 안팎을 아우르는 통합적 안보 전략을 강조했다. 한편, 제1야당인 CHP 등을 비롯한 다른 야당도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고 정당 간 연쇄 회동이 예정되는 등 터키 정계는 테러 종식을 위한 본격적인 정치적 협상 국면에 진입했다.
아나톨리아의 붉은 흙은 너무나 많은 눈물을 머금고 있다. 수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튀르키예(터키)라는 거대한 땅은 '테러'라는 이름의 망령과 싸워왔다. 동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부터 번화한 이스탄불의 거리까지, 예고 없이 찾아오는 폭력의 그림자는 수많은 젊은이의 생명을 앗아갔고, 누군가의 아버지를, 누군가의 사랑하는 딸을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보냈다. 그뿐인가.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위해 쏟아부은 막대한 국방비와 경제적 손실은 국가의 미래를 저당 잡히게 했고, 지역 간의 불신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갈라놓았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비극의 사슬을 끊어낼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총성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평화로운 튀르키예는 단지 꿈속의 이야기일 뿐일까?
이러한 깊은 고뇌와 절박함 속에서, 최근 튀르키예 집권 정의개발당(AK 당)이 내놓은 '테러 없는 튀르키예' 보고서는 단순한 정치적 문건 이상의 무게로 다가온다. 이것은 하나의 제안서를 넘어, 피로 얼룩진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자 냉철한 청사진이기 때문이다.
감상을 걷어낸 차가운 이성: 60페이지에 담긴 결단
AK 당이 의회에 제출한 이 보고서는 본래 53페이지였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시로 60페이지로 보강되었다. 이 7페이지의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확실성'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집착일 것이다. 보고서는 모호한 평화나 낭만적인 화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법적 절차', '확인', '전제 조건'과 같은 차갑고 단단한 단어들이다.
과거의 평화 프로세스가 감성적인 접근에 치우쳐 실패를 맛보았다면, 이번 접근은 철저히 현실적이고 계산적이다. 이것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없다"라고 선언하는 최후통첩에 가깝다. 이 냉정함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이 문제가 얼마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지를 반증한다.
신뢰가 아닌 '확인'을 믿는다: 탐지 및 확인 메커니즘
보고서의 핵심을 관통하는 철학은 '불신'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검증되지 않은 평화는 가짜라는 인식이다. 보고서는 '탐지 및 확인'이라는 절차를 모든 과정의 절대적 전제 조건으로 못 박았다.
테러 조직이 무기를 버렸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실제로 무장 능력을 상실했는지, 물류 네트워크가 파괴되었는지, 다시는 총을 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지를 국가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선언해야만 한다. 이 '국가의 도장'이 찍히기 전까지는 그 어떤 법적 관용도, 사회 복귀 논의도 시작될 수 없다. 이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뼈아픈 각오다. 섣부른 믿음이 오히려 더 큰 안보 위협으로 돌아왔던 쓰라린 경험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게 만드는 엄격한 검증 시스템을 낳은 것이다.
사면이 아닌 '다리'를 놓다: 독립적 임시법의 의미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 즉 테러 가담자들을 어떻게 사회로 돌려보낼 것인가에 대해 보고서는 매우 정교한 법적 우회로를 제안한다. 기존의 형법을 건드려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인상을 주는 대신, '독립적이고 임시적인 법률'이라는 별도의 트랙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한시적 특별구역'과 같다. 이 법은 오직 확인된 테러 조직의 해체 국면에서만 작동하며, 다른 범죄 조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희망권'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이것이 무조건적인 용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여기에는 개인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조직에 몸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저지른 구체적인 행위, 그 행위의 경중을 따져 차등적으로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폭력을 거부하고 돌아오는 자에게는 사회로 복귀할 다리를 놓아주되, 그 다리는 언제든 걷어차일 수 있는 조건부의 다리다. 재범 시에는 과거의 죄까지 물어 가중 처벌하겠다는 '안전장치'는 이 법이 자비가 아닌 사회적 계약임을 명확히 한다.
창문을 닫아야 폭풍을 막는다: 국경 너머의 시선
튀르키예의 대테러 전략이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보고서는 '테러 없는 튀르키예'를 넘어 '테러 없는 지역'을 꿈꾼다. 이는 안방의 먼지를 아무리 쓸어내도, 창문이 열려 있다면 밖에서 계속 흙먼지가 들어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꿰뚫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 너머에 똬리를 틀고 있는 테러의 뿌리를 뽑지 않고서는 진정한 평화는 요원하다. 이 보고서는 시리아 내의 시리아 민주군(SDG)이 튀르키예 내 쿠르드 반군(PKK)의 연장선에 있음을 분명히 하며, 이들이 다마스쿠스 정부와의 합의를 이행하고 해체될 것을 요구한다. 이는 튀르키예의 안보가 주변국의 정세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정책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 또한, 이 문제가 단순한 테러와의 전쟁을 넘어 중동 전체의 지정학적 체스판 위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게임임을 시사한다.
정치라는 이름의 험난한 파도타기
아무리 훌륭한 청사진이라도, 정치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면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지금 튀르키예 정가는 이 보고서를 두고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했다. 지금, 집권당 ‘AKP’는 친쿠르드 성향의 DEM 당, 공화인민당(CHP), 민족주의행동당(MHP)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시작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강경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MHP 당의 ‘바흐첼리’ 대표가 과거 PKK 지도자 ‘외잘란’과 연관된 '임랄르 섬 대표단'과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표면적인 이념 대립 뒤에서 모종의 거대한 정치적 타협이 시도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정당 간의 연쇄 회동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그것은 각자의 지지층을 설득하고, 명분을 쌓으며, 실리를 챙기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충돌하는 현장이다. 과연 이들은 당리당략을 넘어 '국가적 비극의 종식'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AK 당의 보고서는 완벽한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가혹하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위험한 도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튀르키예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 비극을 끝낼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했다는 점이다.
수만 명의 목숨과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지를 적신 눈물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시도를 단순히 냉소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법적 확인'과 '조건부 복귀', 그리고, '지정학적 해결'이라는 이 삼박자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간다면, 어쩌면 우리는 아나톨리아의 고원에 진짜 봄이 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테러가 사라진 튀르키예, 그곳에서는 더 이상 젊은 병사가 산화하지 않고, 동부의 아이들이 총성 대신 책 읽는 소리로 아침을 맞이하는 날.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비단 튀르키예 국민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인류의 영혼이 보내는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부디 이 냉철한 보고서가 생명을 살리는 따뜻한 역사가 되기를, 한 인간으로서 깊이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