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영의 삶과 시 사이] 눈 속을 둘이서

이장영

 

눈 속을 둘이서

 

 

하늘하늘 첫눈이 내리네

날리는 눈이 반가워 밖을 나가보니

강아지도 이리저리 신바람이 났는데

눈을 맞으며 몇 걸음 걸어보네

솜처럼 포근한 그 옛날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맴도네

 

눈 속의 남산길을 그녀와 함께 걸었지

그녀는 미끄럽다고 내게 손을 내밀고

나는 그 찬 손을 허리춤에 품어주니

살며시 그녀가 내게 머리를 기대오네

머리카락은 바람에 내 얼굴을 감싸고

나는 그녀의 향기에 눈감고 취하누나

 

아련하고 황홀한 추억의 향기 속에

한없이 빠져들어 눈 속에 덮였는데

한기에 몸을 떨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눈이 그치고 신세계가 펼쳐지네

 

아름답고 화려한 단풍들은 사라지고

흰 눈 속에 소나무가 선경을 이루네

빗자루를 들고 성큼 다가선 마누라는

어서 눈을 치우라고 호통을 치네

 

 

[이장영]

시인

칼럼니스트

일어통역사

부동산개발 대표

 

작성 2025.12.26 09:38 수정 2025.12.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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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