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눈 속을 둘이서
하늘하늘 첫눈이 내리네
날리는 눈이 반가워 밖을 나가보니
강아지도 이리저리 신바람이 났는데
눈을 맞으며 몇 걸음 걸어보네
솜처럼 포근한 그 옛날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맴도네
눈 속의 남산길을 그녀와 함께 걸었지
그녀는 미끄럽다고 내게 손을 내밀고
나는 그 찬 손을 허리춤에 품어주니
살며시 그녀가 내게 머리를 기대오네
머리카락은 바람에 내 얼굴을 감싸고
나는 그녀의 향기에 눈감고 취하누나
아련하고 황홀한 추억의 향기 속에
한없이 빠져들어 눈 속에 덮였는데
한기에 몸을 떨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눈이 그치고 신세계가 펼쳐지네
아름답고 화려한 단풍들은 사라지고
흰 눈 속에 소나무가 선경을 이루네
빗자루를 들고 성큼 다가선 마누라는
어서 눈을 치우라고 호통을 치네

[이장영]
시인
칼럼니스트
일어통역사
부동산개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