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범죄와 신종 범죄가 일상이 된 시대다. 사이버 사기, 조직적 금융 범죄, 잔혹 범죄가 반복될 때마다 사회는 묻는다. 이 범죄자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 환경 때문인가, 교육 때문인가,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어떤 성향 때문인가. 대부분의 논의는 여기서 멈춘다. 그다음 질문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금기시돼 왔다.
주식회사 휴먼컬처아리랑이 출간한 『태생적 범죄자』는 바로 그 금기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이 책은 범죄를 오롯이 사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현대적 합의에 질문을 던진다. 범죄는 정말 만들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준비된 인간이 존재하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탈리아 범죄학자 체사레 롬브로소는 19세기 말 범죄자를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얼굴, 두개골, 신체 비율을 측정하며 공통점을 찾으려 했다. 비대칭적인 얼굴, 과도하게 발달한 턱, 특정 생리적 특징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범죄자가 ‘타고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위험하고 거친 이론이지만 당시로서는 혁명이었다.
문제는 이 이론이 너무 빨리 봉인되었다는 점이다. 인종차별과 우생학으로 악용된 역사 때문에 학계는 롬브로소를 폐기했다. 그러나 함께 폐기된 것은 질문이었다. 인간의 폭력성과 범죄 성향이 정말 환경만으로 설명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범죄를 설명할 때 구조를 말한다. 빈곤, 차별, 교육 격차, 제도 실패. 모두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그 설명은 반복된다. 같은 환경에서도 범죄자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멈춘다. 이 공백 속에서 사회는 범죄를 예측하지 못하고, 사건이 터진 뒤에야 애도를 반복한다.
『태생적 범죄자』가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는 이 책이 정답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회피해온 질문을 다시 꺼내기 때문이다. 범죄를 유전으로 환원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생물학적 요인을 논의 테이블에서 아예 지워버린 태도가 과연 과학적인가라는 물음이다.
물론 롬브로소의 이론에는 오류가 많다. 과학적 엄밀성은 부족했고 편향도 존재했다. 그러나 불완전한 질문을 이유로 질문 자체를 금지하는 사회는 더 위험하다. 범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통제와 처벌만 강화하게 된다.
휴먼컬처아리랑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안전한 교양이 아닌 불편한 사고를 요구한다. 『태생적 범죄자』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범죄를 둘러싼 현대 사회의 사고 한계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범죄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이 질문을 끝내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묻기 시작할 것인가.
『태생적 범죄자』는 그 선택을 독자에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