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파키스탄의 파슈툰족 ‘카이스’
안녕하세요, 조아라입니다. 오늘은 길 위의 민족, 산과 바람 사이에 이름을 새겨 온 사람들,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산악지대로 떠나보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파슈툰족입니다. Let’s go.
아득한 태초, 산은 아직 국경을 모르고 바람은 어느 쪽이 동쪽인지 묻지 않던 시절. 전설에 따르면 하늘은 한 사람에게 “지켜야 할 법”을 맡깁니다. 그의 이름은 카이스 압둘 라시드. 그는 왕이 아니었고, 정복자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약속을 잊지 않는 사람이었지요. 카이스는 산을 건너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땅은 빼앗을 수 있지만, 존엄은 빼앗을 수 없다.”
그 말은 불이 되어 퍼졌고, 그 불 위에 한 규율이 태어났습니다. 그 이름이 파슈툰왈리, 법이자 윤리, 칼보다 먼저 꺼내는 약속. 파슈툰의 신화에서 산은 벽이 아니라 증인입니다. 말을 어긴 자를 기억하고, 약속을 지킨 자를 숨겨 주는 존재. 그래서 파슈툰 사람들은 산을 오를 때 소리를 낮춥니다. 돌 하나에도 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이야기에선 명예가 피보다 먼저 흐르고, 복수는 증오가 아니라 균형을 되돌리는 행위로 등장합니다. 환대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 낯선 이를 맞이할 때 집이 가난해도 문은 닫지 않습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밤이면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뿌리를 땅에 두지 않았다. 우리는 약속에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국경이 바뀌고 제국이 지나가도 파슈툰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늘 같은 질문으로 자신을 증명했으니까요. 나는 오늘도 존엄했는가. 해 질 무렵, 산등성이에 붉은빛이 걸리면 그곳은 마치 오래된 심장처럼 뛰기 시작합니다. 그 박동 속에서 이런 속삭임이 들린다고 합니다.
“사람은 땅에 속하지 않는다. 사람은 지켜온 것에 속한다.”
그리고 새벽이 오기 전, 불이 가장 낮게 숨 쉬는 시간에 파슈툰의 여성들은 조용히 노래를 엮습니다. 전쟁의 이름도, 영웅의 얼굴도 아닌 아이를 재우는 짧은 자장가 속에 산의 역사와 집의 기억을 숨겨 넣지요. 그 노래는 기록되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칼보다 오래 남는 것은 이야기라는 걸, 그들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파슈툰족은 움직입니다. 그러나 길 위에서 길을 잃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켜온 것은 지도에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약속이니까요.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조아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