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의 첫걸음이자 통찰의 시간
당신은 읽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홍영수 시인의 ‘지구의 유언장’은 우리가 쌓아 올린 욕망의 찌꺼기들을 희망이라는 시의 언어로 부활시킨 작업의 결과물이다. 바이러스, 종양, 기생충, 북극의 눈물, 바다의 비명, 숲의 재, 바람의 흉터 등 그 모든 이름을 인간으로 바꿔 놓고 보면 확연하고 처연하게 다가온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절망에 중독되어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나약한 우리의 의지를 비판하고 있다. 우리가 초래한 환경과 기후의 생태적 파괴를 이미지적 시어로 묘사하고 세계가 마주한 현실을 은유와 사실로 각성시켜 주고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가능성을 향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변화의 첫걸음이자 통찰의 시간을 우리에게 통렬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집 전편에 흐르는 정서는 ‘생명’이다. 결핍과 고립 사이에서 시인이 시인으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생명’이라는 절대적 사유다. 그 사유는 생활로 파고들고 문학으로 거듭난다. ‘지구의 유언장’, ‘해인海印의 항해’, ‘헤테로토피아로서의 DMZ’, ‘수직의 삶’, ‘어찌할까나’, ‘통로가 되고 싶은’ 등으로 의미 있는 시제를 통해 사유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홍영수 시인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진실한 생존에 애를 태우는지 그 생명성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시와 다르지 않은 삶, 생활이 곧 문학이고 문학이 존재가 되어 불의를 꾸짖는다. 그리고 부정과 악의 고통에게 희망을 건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구의 유언 앞에서, 더 이상 조용히 뒤돌아설 수 없다. 우리가 조문객이 될지, 변화의 첫걸음이 될지는 이 책을 여는 순간부터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