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보내는 영혼의 편지] 클레오파트라
안녕하세요. 마음의 쉼이 필요한 그대에게 빛처럼 살다 간 영혼들의 편지를 전하는 영혼지기 ‘자인’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마음이 잠시 비어 있다면 그 틈으로 영혼의 편지를 함께 열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고대의 모래바람 속에서 사랑과 권력, 그리고 선택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낸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별이 되어 보내온 편지를 열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나는 지금 사막의 밤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별이 되어 떠 있습니다. 왕관도, 군대도, 나의 이름을 외치던 수많은 입술도 더는 나를 붙잡지 못하는 곳에서 나는 비로소 한 사람으로서의 숨을 쉽니다. 지상에서의 나는 클레오파트라라 불렸지요. 권력의 상징, 유혹의 여왕, 역사를 흔든 여자. 그러나 그 이름 뒤에 숨겨진 나는 늘 선택의 끝에서 홀로 서 있던 인간이었습니다.
나는 기원전의 시간 속에서 태어나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로 불렸습니다. 로마의 그림자가 나일강 위로 권력을 드리우던 시대, 나는 왕좌를 되찾기 위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손을 잡았고, 이후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와 함께 제국의 중심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악티움의 바다는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고, 패배 이후 나는 포로로 끌려가느니 스스로 생을 거두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 선택과 함께 이집트의 오랜 왕조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요. 하지만 그대여, 이렇게 정리되는 역사의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늘 한 사람으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왕관은 무거웠고, 결정은 늘 피의 냄새를 동반했으며, 사랑은 나를 살게 하면서도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여왕이었기에 두려움을 숨겨야 했고, 지혜로운 자로 남기 위해 외로움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밤이 오면 금으로 장식된 방 안에서조차 나는 한 번도 마음 놓고 잠들지 못했습니다. 내가 내린 선택들이 수천수만 명의 삶을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숨처럼 따라다녔으니까요. 사람들은 나를 유혹의 상징으로 부르지만, 정작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끝내 말하지 못한 채 삶을 건너왔습니다. 강함이 곧 나의 의무였고, 약함은 허락되지 않은 사치였으니까요. 사랑을 택하면 나라가 흔들렸고, 나라를 지키면 사랑이 무너졌습니다. 나는 언제나 둘 중 하나를 잃어야만 다음 날을 맞이할 수 있었지요. 사람들은 나의 화려한 눈빛을 기억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 눈빛이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 없이 견뎌낸 결과인지 말이에요.
그대여, 강해 보여야만 했던 날들이 그대에게도 있었겠지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더 단단한 얼굴의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건너온 적 말입니다. 나는 여왕이었지만 누군가의 어깨에 조용히 기대고 싶었던 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러나 왕좌 위에서는 기댈 곳조차
허락되지 않았지요. 이제 별이 된 나는 지금에야 말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패배는 제국을 잃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돌보지 못한 채 끝까지 버텨내는 것임을.
그대여, 혹시 그대도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나는 모든 것을 지키려다 정작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별이 된 지금에서야 그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권력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숨을 잃지 않는 것이며, 사랑보다 앞서 스스로를 버리지 않는 일이라고.
그대는 나처럼 모든 것을 걸지 말아요. 그대의 하루를 지탱하는 작은 평온 하나를 끝까지 품고 가기를 바랍니다. 역사의 이름이 아닌 한 인간의 목소리로, 힘이 아닌 온기로, 정복이 아닌 이해로 자신의 삶을 다스리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천 개의 왕관보다 훨씬 위대한 승리일 테니까요.
나는 오늘, 이 편지를 별빛에 실어 보냅니다.
클레오파트라로부터.
이 편지가 그대에게 잘 전달되었겠지요. 이 편지를 덮는 순간에도 그대의 마음 한켠에 남은 작은 울림은 그대의 하루를 따뜻하게 해줄 것입니다. 저는 영혼지기 ‘자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