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하늘의 소가 내려온 날, ‘마사이족의 붉은 약속’
안녕하세요, 김미희입니다. 오늘은 붉은 흙이 태양의 심장처럼 빛나는 땅,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케냐와 탄자니아의 초원으로 떠나보겠습니다. 바람이 노래가 되고, 걸음이 의식이 되는 사람들. 하늘과 가장 가까이 살아온 부족, 마사이족입니다. 지금부터 마사이족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신화를 들려드릴게요. Let’s go.
아득한 옛날, 세상은 아직 나뉘는 법을 몰랐습니다. 하늘과 땅은 서로의 그림자를 밟고 있었고, 짐승과 사람은 같은 언어로 꿈을 꾸었지요. 그 시절, 하늘의 신 엔카이는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한 가지 고민에 잠겼다고 합니다. 땅 위의 생명들은 모두 배가 고팠고, 서로의 몫을 알지 못해 자주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엔카이는 하늘의 구름을 모아 하나의 선물을 만듭니다.
붉은빛을 띤 생명, 사람의 마음을 닮아 쉽게 다치지만 서로 기대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소였습니다. 엔카이는 그 소들을 하늘의 밧줄에 매달아 초원 한가운데로 천천히 내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땅 위에서 가장 오래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들, 마사이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이 생명은 너희의 거울이다. 너희가 돌보는 만큼, 너희도 살아갈 것이다.”
그날 이후 마사이족은 소와 함께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소의 젖은 아이의 첫 노래가 되었고, 소의 발자국은 길이 되었으며, 소의 죽음은 하나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마사이는 소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부유한 것이 아니라, 소를 책임질 수 있기에 마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마사이 전사는 성인이 되는 날, 창을 들고 사자 앞에 섰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 싸움은 힘을 겨루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두려움을 넘어서는 법을 배우는 의식이었지요. 사자를 쓰러뜨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도망치지 않는 마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마사이의 붉은 옷은 피의 색이 아니라 용기의 색이라 불립니다. 엔카이는 지금도 비가 내릴 때면 마사이의 초원 위에 오래 머문다고 합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전사들이 하늘을 향해 높이 뛰어오르는 춤, 아둠입니다. 땅을 차지 않으면서도, 하늘에 닿고자 하는 몸짓. 그 모습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기도라 믿기 때문이지요. 해가 지고, 초원이 어둠으로 물들 때 마사이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속삭인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이, 잠시 우리를 맡긴 것이다.”
오늘도 마사이족은 걷습니다. 집을 남기지 않고, 길만 남기며 하늘과 땅 사이의 약속을 몸으로 기억합니다. 그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강해서가 아니라, 세상과 맺은 관계를 아직 놓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김미희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