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의 우리말 찾기] 장돌뱅이

이봉수

장돌뱅이는 전국의 오일장을 돌아다니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중에는 장사꾼이 대부분이지만 품바나 약장사도 있고 야바위꾼도 있다. 예전엔 장날만 되면 그냥 장에 놀러 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거름 지고 장에 간다'는 말이 생겼다. 특별히 살 물건도 없는데 지게에다 거름을 한 짐 지고,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갈러 간다면서 장터로 직행하는 한량들이 많았나 보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허생원과 동이는 장돌뱅이다. 메밀꽃이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흐드러지게 핀 달밤에 봉평장에서 대화장으로 넘어가는 밤길은 너무 아름다운 한국적 풍경이다. 인생사 희로애락을 노새 등에 싣고 봉평에서 멀리 제천장까지 오고 갔던 이들의 삶은 한 편의 소설이지만, 우리네 민초들의 실제 삶이기도 했다.

 

장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 중에 품바가 있다. "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 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각설이타령으로 구경꾼들을 모아 놓고 걸쭉한 육두문자로 장마당을 뒤집어 놓는 이들은 노래와 춤과 만담에 능한 종합예술인들이다. 

 

약장사도 빼놓을 수 없는 장돌뱅이다. 주로 만병통치약을 파는 이들은 원숭이를 시켜 재주를 부리거나 직접 마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약을 팔다가 막간을 이용해서 기타를 치는 경우도 있다. 연주곡은 대충 치는 뽕짝 트로트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약장사가 기타를 치듯이 일을 엉터리로 하는 사람을 보고 "약장사 기타 치냐?"라고 놀리기도 한다.

 

장날이면 단골손님으로 야바위꾼도 등장한다. 이들은 주로 컵을 세 개 엎어 놓고 요리조리 섞어서 돌리다가 그중에 주사위가 든 컵을 찍는 사람에게 큰돈을 주겠다는 야바위판을 벌인다. 장기판을 펼쳐 놓고 엉터리 박보장기로 사기를 치는 야바위꾼도 있다. 이런 야바위판을 보고 사람들은 쉽게 돈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절묘한 순간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야바위꾼과 한 패인 바람잡이가 나타나 돈을 따서 유유히 사라진다. 이걸 보고 덤비는 사람은 그날 볼 장 다 보고 만다. 

 

지금도 오일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전국에 제법 있다. 성남 모란장이 큰 장이고,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는 노래 때문에 유명해졌다. 정선아리랑으로 유명한 정선장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창원 상남장, 안동장, 강릉장이 큰 장이고 지리산 자락의 구례 오일장과 함평장도 남도의 장돌뱅이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장돌뱅이는 이제 점차 사라져 가는 정겨운 우리말이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https://myisoonsinxsz.zaemit.com/

 

작성 2026.01.19 10:17 수정 2026.01.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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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