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쌤 신앙칼럼 002] 아브라함의 부르심은 75세에 시작되었다
삶으로 증명하는 신앙의 유산: 다음 세대를 깨우는 ‘순종의 뒷모습’
글 | 김형철 박사 (시니어 자기계발 작가)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75세는 어떤 나이일까요?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에서 안식을 누리며, 새로운 도전보다는 익숙한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시기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나이면 현역에서 한참 물러난 '노인'으로 분류되곤 합니다.
그러나 성경의 역사는 이 상식을 보기 좋게 뒤집는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바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 인류 구원의 장대한 역사를 시작하기로 작정하셨을 때, 그의 나이는 무려 일흔다섯이었습니다.
1. 가장 익숙한 곳을 떠나는 용기
창세기 12장은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시작합니다. 당시 아브라함이 머물던 하란은 이미 그가 정착하여 기반을 닦은 안전지대(Comfort Zone)였습니다.
영시니어 세대에게 '떠남'은 젊은 시절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사를 넘어, 내가 평생 쌓아온 경력, 익숙한 인간관계, 안정적인 재정 상태라는 '나만의 하란'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가장 안주하고 싶었던 그 순간에, 가장 낯선 곳으로의 출발을 명령하셨습니다. 새로운 역사는 익숙한 과거와 결별할 때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2. 지도가 아닌 '안내자'를 신뢰하는 믿음
히브리서 기자는 아브라함의 결단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히 11:8).
핵심은 '갈 바를 알지 못하고'에 있습니다. 우리 영시니어들은 경험이 많기에 계산에 능합니다. 리스크를 따지고, 확실한 로드맵이 보여야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목적지가 그려진 지도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내가 보여 줄 땅"이라는 약속 하나만 주셨습니다.
이는 노년의 신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인생 후반전의 믿음은 '확실한 계획'을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이끄시는 신실한 '안내자'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입니다. 내 눈에 보이는 계산서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더 무겁게 여기는 태도, 그것이 바로 영시니어의 성숙한 믿음입니다.
3. 하나님께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왜 하필 75세였을까요? 하나님은 더 젊고 패기 넘치는 20대나 30대의 청년을 부르실 수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브라함에게는 자신의 힘과 의지를 내려놓고 온전히 하나님의 음성에만 귀 기울이기까지 7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영시니어들이 "이제 와서 내가 무엇을 새로 시작하겠나"라며 스스로 한계를 긋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의 생애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타임라인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웅변합니다. 오히려 당신이 살아온 수많은 경험과 연단된 인격은 이제야말로 하나님이 쓰시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영시니어 여러분, 여러분의 나이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당신에게 익숙한 '하란'은 어디입니까?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의 삶을 통해 새로운 믿음의 역사를 쓰기 원하십니다. 75세의 청년 아브라함처럼,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믿음의 첫 발을 내디디십시오. 당신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 (창세기 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