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점점 더 많은 선택지 속에서 일하고 있다.
무엇을 할지보다, 어떤 상태를 유지할지가 더 중요해진 순간도 늘어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택은 많아졌는데, 피로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일터에서 감정은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조심스럽고,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각자의 성격이나 의지 문제로 취급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정리하기보다 잠시 미뤄두는 쪽을 택해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반복해서 확인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남는다.
긴장이나 피로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소통의 어긋남이나 판단의 흔들림으로 모습을 바꾼다. 감정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접근이 점점 충분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개념이 감정 리터러시(Emotional Literacy)다.
감정 리터러시는 감정을 없애거나 통제하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며,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깝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감정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읽을 수 있을 때 선택의 여지는 넓어진다.
감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특히 후각과 같은 감각 자극은 이성적 판단보다 먼저 감정에 닿는다. 그래서 향은 감정을 대신해 주는 도구라기보다, 현재의 감정 상태를 자각하게 하는 하나의 신호로 작동할 수 있다. 감정 리터러시가 추상적인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순간에 스며들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 교육 현장에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려고는 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이는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감정을 다루는 언어와 방식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감정이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질 때, 감정 소모는 반복되고 조직의 피로도는 누적된다.
감정을 읽는다는 것은 감정을 통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를 인식하고, 반응이 아닌 선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회의 전이나 중요한 판단을 앞둔 순간, 자신의 감정 결을 잠시 살피는 것만으로도 일의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글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감정 리터러시」 연재의 첫 글이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감정이 개인의 힐링을 넘어, 일하는 사람과 조직의 맥락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다뤄질 수 있는지 차분히 살펴보고자 한다. 감정을 읽는 언어는, 어쩌면 일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