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왕들과의 전쟁 속에서 드러난 믿음의 승리
— 아브람의 롯 구출 사건 재조명
창세기 14장은 세상 권력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전쟁의 기록으로 시작된다.
엘람 왕 그돌라오멜을 중심으로 한 네 왕의 연합군이 반란을 일으킨 다섯 왕들을 침공했다.
그 전쟁의 여파로 소돔과 고모라가 약탈당하고, 그곳에 살던 롯이 포로로 끌려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아브람이 처음부터 전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상관없는 세상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조카 롯이 포로로 잡혀갔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브람은 단지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세상 속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전쟁은 단순한 구출 작전이 아니라, 믿음의 싸움이었다.
전쟁의 배경에는 ‘누가 더 많은 도시를 지배할 것인가’라는 세상 권력의 욕망이 깔려 있었다.
롯은 소돔과 고모라 근처를 택하며 풍요를 좇았지만, 그 선택이 결국 자신을 포로로 만들었다.
이는 신앙 없는 번영의 위험을 보여준다.
눈에 보이는 복을 좇을 때, 영혼은 종종 세상의 전쟁터 한복판에 놓인다.
하나님의 백성은 세상의 풍요로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머무는 자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브람은 자신의 훈련된 사람 318명을 이끌고 전쟁에 나섰다.
그 수는 세상 왕들의 군대에 비해 턱없이 적었지만, 그의 자신감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인간의 숫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의지했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아브람은 밤에 공격하여 승리하고 롯과 그의 모든 재산, 사람들을 되찾아왔다.
이 사건은 ‘믿음의 싸움은 세상의 전쟁과 다르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믿음의 싸움은 하나님의 이름이 걸린 싸움이며, 그 결과는 하나님이 책임지신다.
전쟁이 끝난 후, 아브람은 예루살렘 왕이자 제사장 멜기세덱을 만난다.
그는 아브람에게 떡과 포도주를 내어주며 “천지의 주재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라고 축복한다.
아브람은 그에게 전리품의 10분의 1을 드렸다.
이 장면은 성경에서 ‘십일조’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장면이자, 예배의 중심이 하나님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아브람은 승리의 영광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았다.
그는 전쟁의 피로보다 예배의 감격을 먼저 택했다.
하나님이 승리를 주셨다는 고백, 그것이 그의 진짜 무기였다.
전쟁 후 소돔 왕은 아브람에게 “사람은 내게 보내고 재물은 네가 가지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브람은 단호히 거절했다.
“네 말이 내가 아브람을 치부하게 했다 할까 하여, 실 한 오라기나 신발끈 하나라도 가지지 않겠다.”
그의 이 한마디는 세상의 부요보다 하나님의 이름을 더 귀하게 여기는 신앙의 결단이었다.
하나님이 주시는 복은 세상이 주는 부와 다르다.
세상은 주었다 빼앗지만, 하나님은 영원히 채우신다.
아브람은 그 차이를 분명히 알았다.
창세기 14장은 전쟁의 기록이 아니라, 믿음의 사람의 선택 기록이다.
아브람은 세상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냈고,
전리품보다 예배를, 권력보다 믿음을, 세상의 제안보다 하나님의 언약을 택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세상은 여전히 유혹한다.
‘이익’이라는 이름의 왕들이 싸우는 전쟁터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브람처럼 믿음의 칼을 들고, 예배의 제단을 세우는 사람,
그가 바로 오늘의 아브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