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일 오전 10시
수원역 인근, 엘림 선교회의 노숙인 사역이 조용히 시작된다.
이들에게는 정해진 예배당이 없다
대신 작은 원을 이루고 서서 기도로 하루의 사역을 시작한다
짧은 기도가 끝나면,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동선으로 흩어진다.
누군가는 수원역 안으로,
누군가는 역 밖 로데오 거리로,
또 다른 팀은 고가 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손에 들린 것은 김밥이지만,
이들이 가장 먼저 건네는 것은 음식이 아니다 진심 어린 안부, 삶을 기억하는 대화 그리고 기도다.
눈을 마주치고 이름을 부르며 나누는 인사는 형식이 아니라
소외되고 외로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추위에도, 더위에도 이들은 그렇게 수원역 일대를 걷는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 예배로 돌아오기 위해서
모든 동선은 결국 한 곳으로 향한다.
수원역 고가 밑.
김밥 나눔과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여든다

그날도 약 40여 명의 노숙인과 소외된 이웃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강대상도 없고, 변변한 의자도 없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직 목소리로만 불러지는 찬양이 시작되는 순간, 차갑고 어수선한 공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곳은 사역이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사역의 중심, 예배가 시작되는 자리
하나님의 임재가 가득한 자리다
엘림 선교회의 목적은 분명하다.
전도하고, 예배드리며, 복음을 전하는 것.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구제보다,
필요를 해결하는 도움보다,
예배로 나아가기 위한 통로가 되는 것.
“성경을 가르치면서 성경대로 살지 않는 건 위선이었습니다.”
이 사역을 이끄는 문요한 목사가 노숙인 선교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청년 시절의 한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신학교에 가던 어느 날,
차도 근처에 쓰러져 있던 한 노숙인을 보았다.
그냥 지나치려는 순간,
‘선한 사마리아인’ 말씀이 마음에 떠올랐다.
“말씀은 알고 있었지만, 말씀대로 살고 있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다가가자, 노숙인은 단 한 마디를 했다.
“물 좀 주세요.”
그때 차 안에 있던 것은
우연히 주유소에서 받은 물 한 병뿐이었다.
그 물을 건네는 순간, 문 목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날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고
훗날 수원역 노숙인 사역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 되었다.
계획이 아닌 부르심, 혼자서 시작된 사역.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신학과 목회를 이어가던 중,
비자 거절로 모든 계획이 멈췄다.
삶의 방향을 잃은 시기, 다시 찾은 곳은 서울역 노숙인 사역 현장이었다.
그때 들은 한분의 목사님 말이 결정적이었다.
“수원에도 노숙인이 있습니다. 혼자라도 시작해 보세요.”
그렇게 문요한 목사는 김밥을 들고
아무 준비도 없이 혼자 수원역에 섰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만나는 이들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고, 김밥을 나누는 단순한 사역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그들에겐 복음 뿐 아니라 당장 옷이 필요했고, 병원 동행이 필요했고,생필품이 필요했다.
사역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누군가를 모으려 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뜻을 함께하는 동역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흘러온 시간이 어느덧 8년.
“이곳은 봉사단체가 아니라 교회입니다”
문요한 목사는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교회입니다. 다만 건물이 없을 뿐입니다.”

김밥 열 줄을 들고 시작된 엘림 선교회는 지금도 예배를 중심으로 사역을 이어간다.
- 화요일 오전 거리 예배
- 화요일 오후 1시 엘림채플예배
- 매주 둘째·넷째 주 화요일 점심,
- 노숙인·독거노인·소외계층을 위한 애찬과 예배
- 목요일 오전 말씀 공부
- 주일 오전 9시 노숙인을 위한 예배
- 주일 오전 11시 여성 소외계층을 위한 특별 예배
구제 사역도 상시로 이루어지지만,
말씀과 예배가 중심이라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비전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문 목사는 담담히 말한다.
“새로운 목표보다 중요한 건, 처음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원역 노숙인 사역은
8년 전 시작된 방향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안산 지역 외국인 사역을 통해
국적과 언어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공동체를 꿈꾼다.
화요일 아침, 기도로 시작된 발걸음은
오늘도 예배로 돌아온다.
아무도 관심 갖지않는 수원역 고가 밑에서 드려지는 그들의 예배는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우리는 지금, 선한 사마리아인 처럼 살아내며 이 시대를 교회답게 살고 있는가? 라고
후원계좌 국내선교 : 농협 301-0282-4934-11(엘림선교회)
CCBS 안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