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물고기끼리 부딪히지 않는 이유는?

바다나 강 속을 들여다보면 수십,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방향을 동시에 바꾸고, 속도를 맞추며, 좁은 공간에서도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인간의 눈에는 놀라운 이 장면 뒤에는 물고기만의 정교한 감각 시스템과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측선(側線, lateral line)이다. 측선은 물고기 몸의 양옆을 따라 이어진 감각 기관으로, 물의 미세한 흐름과 진동을 감지한다. 주변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 때 생기는 물살 변화, 장애물로 인해 달라지는 수압까지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다. 덕분에 물고기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이웃한 개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며 충돌을 피한다.

[사진: 비다 물속의 물고기 모습, 제미나이]

시각 역시 중요한 보조 수단이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넓은 시야각을 가지고 있어 좌우는 물론 뒤쪽까지 한눈에 인식한다. 특히 무리를 이루는 종은 옆의 물고기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도록 본능적으로 조절한다. 앞선 개체의 움직임을 따라가되, 너무 가까워지면 즉시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미세하게 틀어 균형을 맞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물고기의 집단 행동 규칙이다. 물고기 무리는 무작위로 움직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서로 너무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무리의 평균 방향으로 이동하는 단순한 규칙을 따른다. 이 간단한 원칙들이 모여,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처럼 충돌 없는 집단 이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능력은 생존과 직결된다. 무리 생활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먹이를 찾는 데 유리하지만, 충돌이 잦다면 오히려 위험해진다. 그래서 진화 과정에서 물고기는 부딪히지 않는 감각과 행동을 최적화해 왔다. 결과적으로 물고기 떼의 움직임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이 원리는 로봇 공학과 자율주행 기술에도 응용되고 있다. 여러 대의 드론이나 로봇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이동하는 알고리즘은 물고기 무리의 행동을 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다. 작은 물고기들의 집단 이동이 첨단 기술의 힌트가 되고 있는 셈이다.

 

바닷속에서 물고기들이 부딪히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물살을 읽는 감각, 넓은 시야, 그리고 집단을 위한 규칙이 어우러진 결과다. 자연은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정교하게 답을 보여주고 있다.

 

 

 

작성 2026.01.21 08:14 수정 2026.01.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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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