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줘"라는 말 속에 담긴 뇌 발달의 비밀

익숙함을 반복할 수 있었던 아이의 뇌

즐거움으로 형성되는 지속력의 토대

성인기 몰입·회복탄력성과의 연결

사진=AI생성

“또 해줘.”아이는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다시 들고 온다. 같은 놀이, 같은 장면이다. 부모의 눈에는 반복처럼 보이지만, 아이의 뇌에서는 학습과 정서 발달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유아가 반복 놀이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뇌 발달과 직접 연결된 생리적 반응이다. 아이가 놀이를 통해 기쁨을 느낄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보상과 학습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긍정적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하고 그 경험을 다시 시도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뇌의 신경회로는 점점 강화된다.


아이가 같은 놀이를 다시 요구하는 이유는 고집이나 습관이 아니라 뇌가 가장 효과적인 학습 경로를 스스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 놀이 속에서 아이는 집중력, 감정 안정, 좌절을 견디는 힘을 함께 키운다. 이 유아기의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의 행동 양식과도 깊게 연결된다.


어릴 때 즐거움을 충분히 경험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하나의 일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처음에는 서툴러도 반복을 통해 숙련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대로 반복이 자주 차단되고 “이제 그만해라”라는 말을 많이 들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쉽게 흥미를 잃거나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으면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블록을 쌓고 무너뜨리는 놀이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이 놀이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다. 높이를 조절하고, 균형을 시험하고, 실패를 경험한 뒤 다시 시도하는 연습이다. 이 경험은 훗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로 이어진다. 즉, 반복 놀이는 성인기의 회복탄력성과 지속력의 초기 형태다.

 

사진=AI생성

부모가 반복 놀이를 성급히 끊을 때 아이의 집중 흐름은 중단된다. 놀이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몰입의 경험 자체가 끊긴다. 물론 반복을 무제한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가 지칠 수 있다는 점 또한 현실이다. 이럴 때는 놀이를 중단하기보다 방식이나 구조를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역할을 바꾸거나, 관찰자로 물러나거나, 놀이의 규칙을 조금 변형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은 이어질 수 있다.

 

성인이 된 아이가 하나의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실패 후에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배경에는 유년기에 누적된 ‘즐거움의 기억’이 있다. 억지로 밀어붙인 성취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반복해본 경험이 그 사람의 태도를 만든다.

 

“또 해줘”라는 말은 아이의 성장을 재촉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지금 이 발달 단계를 충분히 살고 있다는 신호다. 그 신호가 존중받을 때 아이의 뇌는 안정적으로 자라고, 그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치지 않는 힘으로 남는다.

 

아이의 성장은 속도를 높인다고 앞당겨지지 않는다. 즐거움에 머무를 수 있을 때 뇌는 가장 안정적으로 자란다. “또 해줘.” 이 말 속에는 지금 이 시기를 충분히 살고 있다는 아이의 신호가 담겨 있다. 부모의 역할은 그 신호를 조용히 읽어내는 일이다.

작성 2026.01.21 20:16 수정 2026.02.0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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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