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읽는 문학에서 쓰는 문학으로!
필사로 다시 만나는 한국 근대 문학
블랙에디션의 〈한국 문학 필사〉 시리즈는 한국 근대 문학의 정수를 읽는 데서 나아가, 손으로 직접 문장을 옮겨 적으며 작품의 깊이를 체험하도록 기획되었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행위에 머물지 않고 필사의 과정을 통해 작품의 언어와 정서를 천천히 체감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한 문장씩 정성껏 써 내려가다 보면 작가 특유의 문장 리듬이 자연스럽게 몸에 남고, 빠르게 읽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미묘한 표현과 의미들이 비로소 또렷하게 다가온다. 특히 근대 문학의 고유한 어휘를 원문의 호흡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장식은 걷어내고 문학 본연의 가치에만 집중했다.
이 시리즈의 첫 장을 여는 『이상을 쓰다』는 한국 근대 문학을 가장 독창적으로 확장한 작가 이상의 단편 소설들을 담고 있다. 이상은 실험적인 언어와 독특한 사유로 한국 문학의 흐름을 바꾼 작가이며, 그의 작품들은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다시 읽히고 있다. 이 책은 이상의 전위적인 언어를 눈으로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끝으로 직접 써 내려가며 그의 난해하고도 아름다운 세계와 긴밀히 마주하도록 이끈다.
필사로 만나는 이상
가장 느린 방식으로, 가장 급진적인 문학을 읽다
이상의 문장은 낯설고 밀도가 높다. 문법의 균열과 반복, 의도적인 단절, 숫자와 기호가 섞인 문장은 익숙한 독서 리듬을 흔든다. 빠르게 읽을수록 의미는 쉽게 미끄러지고, 문장은 잡히지 않는 대상으로 남기 쉽다. 그래서 이상의 작품은 종종 난해하다는 인상을 준다.
필사는 그 언어에 가장 차분하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한 글자씩 옮겨 쓰는 동안 문장의 구조와 리듬, 단어가 놓인 위치와 반복의 의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쓰는 속도만큼 사고도 함께 느려지고, 독자는 이상의 사유가 전개되는 흐름을 차분히 따라가게 된다. 읽을 때는 놓치기 쉬운 문장의 긴장과 균형이 필사를 통해 분명해진다.
이 책에는 〈날개〉, 〈지팡이 역사〉, 〈봉별기〉, 〈종생기〉, 〈실화〉 등 이상의 주요 단편 가운데 필사에 적합한 작품을 선별해 수록했다. 각 작품은 문장의 흐름을 온전히 따라갈 수 있도록 편집했으며, 쓰는 과정이 끊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구성했다. 난해함으로만 인식되기 쉬운 이상의 작품을 독자가 자신의 속도로 읽고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상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차분한 입문서가 되고,
이미 알고 있던 독자에게는 깊이 다시 읽는 방식이 된다.
『이상을 쓰다』는 이상의 문학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 문학을 다시 읽고 싶은 독자에게,
문장을 통해 사유하고 싶은 독자에게,
문장을 눈으로만 읽을 때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지만, 직접 써 보기 시작하면 독서의 속도와 느낌이 달라진다. 한 문장을 옮겨 적는 동안 단어 하나하나에 시선이 머물고, 문장이 어디에서 멈추고 이어지는지도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빠르게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표현이나 말투, 근대 문학 특유의 어휘도 쓰는 과정 속에서는 또렷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문장에 천천히 머무는 시간은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만든다. 이야기를 단순히 ‘읽는다’기보다 문장을 따라가며 작품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문학 필사〉는 문학 작품을 넓고 깊게 만나는 하나의 독서 방식을 제안한다.
2. 저자 소개
이상
이상(본명 김해경)은 일제강점기 조선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짧지만 강렬한 족적을 남긴 시인이자 소설가, 수필가이다. 그는 1930년대라는 암흑기 속에서도 한국 근대 문학을 국제적이고 선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모더니즘’과 ‘초현실주의’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는다.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적 고뇌와 자의식을 난해한 숫자와 기하학적 언어, 그리고 파격적인 형식으로 표현하며 인간 사회의 도구적 합리성을 거부하고 미적 자율성을 추구했다. 건축가이자 화가, 그리고 작가였던 그의 삶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의 비극 그 자체였다.
3. 목차
날개
지팡이 역사
봉별기
종생기
실화
작가 생애
이상의 문학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