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지난 1월 14일~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5회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26’이 개최됐다. 서울국제조각페스타는 국내 유일의 조각 전문 아트페어로 올해는 ‘예술과 기업이 만나다’를 주제로 조각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허문 ‘회화 조각’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한 조각가 김대성. 그는 이번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서도 시그니처 스타일인 밝은 색감과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브론즈나 에폭시 레진 위에 섬세하게 색을 입혀, 멀리서 보면 평면 회화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풍부한 입체감을 가진 그의 작품들은 ‘시각적 즐거움’과 ‘대중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사한 색감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던 ‘핑크 쉐도우’는 김대성 조각가의 핵심 페르소나인 ‘쉐도우맨’ 연작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감각적인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림자는 어둡고, 검고, 실체가 없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하지만 그의 세계에서 그림자는 스스로를 지탱해 온 기억의 실체로 표현된다.
“내 작업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가난했던 환경, 좁은 공간,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현실 속에서 나는 늘 상상 속의 세계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동화책, 만화,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들은 그 시절 나를 버티게 한 작은 탈출구였다. 작품 속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내 자신의 기억이자 감정의 형상이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의 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아이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 등 뒤에 그림자로 붙어 있다. 그 그림자가 꼭 어둡고 무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인데 화려하고 따뜻한 핑크색이면 좋지 않을까? 하고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성장이란 과거의 나를 지우는 과정이 아니라, 과거의 나, 즉 그림자와 손을 잡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캔버스 속에 갇혀 있던 역사적인 명화 속 주인공들을 3차원의 현실 세계로 불러내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선보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인류에게 가장 익숙한 명화들은 그의 손길을 거쳐 ‘21세기를 살아가는 팝한 아이콘’으로 재탄생했다. 명화 속 인물들에게 새로운 소품이나 포즈를 부여하여 특유의 해학을 더했다.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는 그대로 두되, 몸체를 둥글게 부풀리고 화사한 핑크색으로 마감하여 친근감을 극대화했으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는 소녀의 고개를 돌린 찰나의 포즈를 입체화하고 매끄러운 금속 질감으로 현대적인 세련미를 부여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캐릭터들의 구체적인 표정은 생략되어 있다. 작가의 주관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그만의 고집이다. 김대성 조각가는 “내 조각은 빈 그릇과 같다. 어떤 이는 내 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아이처럼 웃기도 한다. 저마다 가진 ‘어린 시절의 동심과 기억’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그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무대를 차려놓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전시 공간에 정해진 순서가 없는 이유도 이와 결이 비슷하다.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걷고, 멈추고, 바라보며 여유롭게 자신만의 동화책을 써 내려간다.
김대성 조각가의 작업실은 여전히 상상의 공장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은 단순한 조각품이 아니라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달콤한 휴식’이자 ‘정서적 에너지’다. 때문에 그는 오늘도 무거운 현실의 재료를 가지고 가벼운 웃음을 빚어내며 무거운 현실에 지친 관람객들은 그가 빚어낸 가벼운 웃음을 보며 다시 일상을 버틸 힘을 얻는다.
“모든 예술이 심각하고 무거울 필요는 없다. 예술은 창작의 고통을 배설하는 도구가 아니라 타인에게 행복을 배달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 조각을 보는 짧은 순간만큼은 사람들이 고단한 현실의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숨을 내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