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라는 공간은 승객에게 설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좁은 좌석에서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기내는 승객의 심리적 여유가 급격히 줄어드는, 그 어느 곳보다 예민한 공간입니다. 이 안에서 발생하는 불만(VOC)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오류보다는, 기대했던 바가 충족되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적 동요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은, 엘에이-서울의 12시간 장거리 비행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 결함이 발생했습니다. 만석이라 좌석을 바꿔드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습니다. 승객은 격앙된 목소리로 '비용을 얼마나 지불했는데 이런 좌석에 앉아야 하느냐' 며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규정이나 좌석 기능 설명보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비즈니스 좌석을 선택하셨을 텐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제가 더 속상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라고 승객의 실망감에 깊이 공감해 드렸습니다.
신기하게도 제 진심이 전달되자 승객의 거친 호흡이 잦아들었습니다. '승무원 잘못도 아닌데 내가 너무 심했네요'라는 사과와 함께, 제가 제안한 대안들을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감정의 빗장이 풀려야 비로소 이성적인 대화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서비스 종사자가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고객의 불만이 제기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규정과 해결책부터 제시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감정이 격앙된 고객에게 논리적인 설명은 오히려 변명이나 거절로 들리기 십상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감정이 안정되었을 때 비로소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공감을 통해 승객의 부정적인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그때부터 우리가 제시하는 대안이나 설명이 고객에게 전달될 공간이 생깁니다.
고객이 불만을 느낄 때, 서비스 제공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이고 그것은 오직 진심 어린 공감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공감은 단순히 비위를 맞추는 행위가 아니라 고객의 불편함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정서적 연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이 연대감이 형성될 때, 불만을 넘어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감정을 다스려 고객의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불만 해결의 시작이자 진정한 CS의 본질입니다.
필자 소개
필자는 Blue Indigo교육디자인 대표로서 서비스교육, CS, 이미지메이킹 전문강사이자, 배움을 넘어 빛나는 성장을 만드는 교육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중동항공사와 국내항공사 부사무장, 객실 훈련팀 교관 및 서비스 강사를 역임한 필자는 고객 서비스(CS)를 단순한 친절이나 기술적 스킬로 보는 관점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와 철학으로 확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