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마라톤 코스의 거리는 어떻게 잴까?

마라톤의 공식 거리인 42.195km는 전 세계 어디에서 열리든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수만 명의 선수가 달리는 도심 도로와 교외 지역을 포함한 복잡한 코스를 어떻게 이처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최첨단 위성 기술이 아닌, 의외로 단순하지만 정밀한 ‘자전거 측정 방식’에 있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마라톤 코스 측정은 특수 장비가 장착된 자전거를 이용해 진행된다. 이 자전거의 앞바퀴에는 ‘존스 카운터(Jones Counter)’라 불리는 기계식 계측기가 부착돼 있다. 이 장치는 바퀴가 회전한 횟수를 매우 세밀하게 기록하며, 이를 통해 이동 거리를 계산한다.

 

 자동차나 GPS 장비가 아닌 자전거를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GPS는 오차가 누적될 수 있고, 자동차는 차선 변경이나 회전 반경으로 인해 실제 주행 거리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마라톤 선수들의 모습, 제미나이]

측정에 앞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자전거의 보정이다. 측정자는 직선으로 확보된 300미터 이상의 검증 구간에서 자전거를 여러 차례 왕복 주행하며, 바퀴 한 회전당 실제 이동 거리를 산출한다. 이 보정 작업을 통해 측정의 기준이 설정되며, 이후 모든 거리 계산은 이 값을 토대로 이뤄진다.

 

코스를 잴 때는 실제 경기에서 선수가 달릴 수 있는 ‘가장 짧은 경로’를 기준으로 한다. 코너에서는 가능한 한 안쪽을 따라가고, 차선이 여러 개인 도로에서도 최소 동선을 따른다. 이는 선수 누구도 거리 측정 오류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원칙이다. 회전 교차로, 굴곡진 도로, 경사 구간까지 모두 빠짐없이 반영된다.

 

공식 측정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동일 코스에 대해 최소 두 차례 이상 측정을 실시하며,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재측정이 이뤄진다. 또한 측정 당일의 기온, 노면 상태, 타이어 압력 등 외부 요인까지 고려해 오차를 최소화한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코스가 공식 거리보다 약 0.1% 정도 더 길게 설계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혹시라도 측정 오차로 인해 거리가 짧아지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처럼 엄격한 절차 덕분에 올림픽과 세계 주요 마라톤 대회의 기록은 국제적으로 공인된다. 우리가 TV 중계나 현장에서 보는 42.195km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수차례 검증과 과학적 계산을 거쳐 완성된 결과물인 셈이다.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이지만, 그 무대는 철저한 과학 위에서만 성립한다.

 

 

 

작성 2026.01.23 07:36 수정 2026.01.23 07:43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박준용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