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영양제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성장했다.
퇴근길 편의점에서도 비타민을 사고, 아침마다 여러 알의 보충제를 챙겨 먹는 것이 일상이 됐다.
소비자는 ‘영양제 하나쯤은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국내 대학병원 영양내과 전문의들은 “건강을 위해 먹던 영양제가 오히려 몸을 망치고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먹는가’**에 있다.

‘건강 트렌드’의 그림자 — 무분별한 영양제 복용의 현실
현대인의 영양제 소비는 단순한 건강관리 단계를 넘어 일종의 불안 해소 수단으로 변했다.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 속에서 ‘하루 한 알로 해결된다’는 광고 문구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영양제 시장 규모는 약 6조 원을 돌파했고, 1인 평균 복용 제품 수는 3~4종에 달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의학적 필요성이나 개인별 영양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SNS 추천이나 지인 권유에 의존해 무분별하게 복용한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영양제를 3종 이상 복용하는 성인의 45%가
‘권장량 이상’을 초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오메가3·프로바이오틱스… 과하면 약이 아닌 독이 된다
많은 사람들은 “비타민은 수용성이니까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비타민 C처럼 수용성 영양소는 과잉 시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과량 섭취가 지속되면 위장 장애나 신장 결석의 위험이 커진다.
지용성 비타민인 A, D, E, K는 더욱 위험하다.
몸에 축적되면서 간 기능 저하, 피로감, 구토, 피부 변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의 경우 ‘심혈관 질환 예방’으로 유명하지만,
고용량을 장기간 섭취하면 혈액 응고가 억제되어 멍이 잘 들고
심한 경우 출혈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 역시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균형이 무너지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생겨 오히려 복통과 설사를 유발한다.
의사들이 경고하는 ‘영양제 상호작용’의 위험한 메커니즘
의료진들이 특히 주의하라고 강조하는 부분은 ‘성분 간 상호작용’이다.
예를 들어 철분제와 칼슘제를 함께 복용하면 서로의 흡수를 방해하고,
비타민 K는 항응고제(와파린)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비타민 E는 고용량 복용 시 혈압약의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즉각적인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는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장기적으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점이다.
한 내과 전문의는 “영양제를 복용하려면 의사나 약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며
“건강검진 결과에 기반해 필요한 성분만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건강의 기본은 약이 아니라 식사와 수면, 운동 습관이다.”
영양제를 아무리 챙겨 먹어도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 수면 부족이 지속된다면
몸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WHO(세계보건기구)는 ‘건강기능식품은 보조적 수단일 뿐,
균형 잡힌 식단을 대체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한다.
결국 건강을 지키는 길은 한 알의 영양제보다 한 끼의 균형 잡힌 식사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는 지혜가
진정한 건강관리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