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화장실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두루마리 휴지다. 너무 익숙해 그 기원을 떠올려볼 일은 거의 없지만, 두루마리 휴지는 인류의 위생 문화와 생활 방식을 바꾼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불과 1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지금과 같은 ‘전용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고대와 중세 사회에서 배변 후 처리 방식은 매우 다양했다. 돌, 나뭇잎, 헝겊, 짚, 조개껍데기 등이 사용됐으며, 지역과 계층에 따라 그 방식은 달랐다. 유럽에서는 신문이나 헌 종이를 잘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위생 문제뿐 아니라 인쇄 잉크로 인한 피부 자극 문제도 동반했다. 중국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종이를 위생 용도로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으나, 일반 대중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다.

현대적인 의미의 화장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57년 미국에서다. 뉴욕의 사업가 조지프 게이티(Joseph Gayetty)는 ‘의약용 위생 종이(Medicated Paper)’라는 이름의 제품을 선보였다. 이 종이는 알로에 성분이 포함된 낱장 형태였으며, 치질 예방과 위생 개선을 목적으로 판매됐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종이에 인쇄할 만큼 위생 개념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지만, 당시 사회적 인식 탓에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두루마리 형태의 화장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890년대다. 종이를 말아서 사용하는 방식은 보관과 사용이 훨씬 편리했고, 화장실 내부에 거치할 수 있어 위생 관리 측면에서도 혁신적이었다. 이후 제지 기술의 발전과 대량 생산 체계가 확립되면서 화장지는 점차 일상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화장지는 단순한 종이를 넘어 ‘품질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거칠고 단단했던 초기 제품과 달리, 부드러움과 흡수력, 물에 잘 풀리는 특성이 중요해졌다. 특히 1930년대에는 ‘가시 없는 화장지(splinter-free)’가 등장하며 사용자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후 2겹, 3겹 구조와 엠보싱 기술이 도입되며 오늘날의 고급 화장지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환경과 지속 가능성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 펄프를 사용한 친환경 화장지, 포장을 최소화한 제품, 물에 빠르게 분해되는 화장지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환경 의식과 생활 철학을 반영하는 제품으로 화장지가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두루마리 휴지는 위생, 산업 기술, 소비 문화가 결합된 대표적인 생활 발명품”이라고 평가한다.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휴지 한 장에도 인류의 생활 개선 노력과 기술 혁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용품일수록 그 탄생 배경을 알면 생활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