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굿모닝타임스) 강민석 기자 = “계약은 내가 먼저 했는데 왜 후순위입니까?”
이 질문은 전세·월세 분쟁에서 임차인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분명 임대차계약을 전·월세 계약을 한 임차인이 먼저 작성했는데, 왜 은행이 설정한 근저당권보다 뒤냐는 질문이다. 얼핏 보면 임차인이 억울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법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임대차계약만으로는 선순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순위를 가르는 진짜 기준에 대해 많은 임차인들이 착각한다.
보통 임차인들은 계약서를 먼저 썼다는 사실이 곧 권리의 우선순위를 보장해 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부동산 권리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일’이 아니라 ‘권리 발생 시점’이다.
임차권은 계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이 보호하는 임차인의 권리는 단계적으로 발생한다. 임대차계약서 체결은 채권만 발생하고, 입주와 전입신고 시 대항력이 발생하며, 확정일자까지 갖추어야 우선변제권이 발생한다.
반면, 근저당권은 다르다. 근저당권은 등기되는 순간 곧바로 물권으로 성립하고, 그 시점을 기준으로 순위가 고정된다.
예컨대, A씨가 a아파트에 1월 1일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B은행이 1월 10일에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마쳤다. 그리고 A씨는 1월 20일에 a아파트에 입주하고 같은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쳤다.
이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먼저 했다”고 주장하지만, 법적으로 보면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1월 20일에야 비로소 발생한다. 이미 1월 10일에 등기된 근저당권이 임차인의 권리보다 먼저 성립한 권리이므로, 근저당권이 선순위로 임차인보다 먼저 보호받게 된다.
왜 계약일은 기준이 될 수 없는가. 임대차계약은 등기되지 않는다. 외부에서는 그 존재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입주와 전입신고는 ‘점유’, 확정일자는 ‘존재 시점의 공적 증명’, 근저당권은 ‘등기’라는 방식으로 제3자가 인식 가능한 형태로 권리가 드러난다. 그래서 법은 “누가 먼저 계약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공시 가능한 권리를 완성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