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제조·가공만 아닌 수익 활동 있었다면 상가건물로 봐야”…임대차 해석 기준 새롭게 제시
제조·가공을 주된 용도로 사용하는 건물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영리 목적의 영업활동이 함께 이뤄졌다면 상가건물로 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장과 상가의 경계를 둘러싼 법적 기준을 실제 사용 실태 중심으로 재정립한 판례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2024년 11월 14일 선고한 2024다264865 판결에서 “해당 임대차 계약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며 원고 임대인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건물의 공부상 용도나 계약서 명칭보다 실제 사용 목적과 영업 형태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건의 쟁점은 해당 건물이 상가임대차법상 ‘상가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피고 임차인은 소규모 제조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로, 임차 건물에서 제품을 제조·가공하는 한편 일부 공간을 사무실로 사용하며 거래처 응대, 대금 수수 등 영업 전반을 수행해왔다. 반면 원고 임대인은 건물이 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별도의 영업소 없이 해당 건물에서 생산과 영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순한 제조·가공에 그치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일련의 수익 활동이 병행되고 있다면, 건물의 실제 용도는 상가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소규모 제조업자의 경우 공장 내에서 직접 영업을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현실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원심은 제품 대금이 현금이 아닌 계좌이체 방식으로 수수됐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영업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대금 지급 방식은 거래 관행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으며, 계좌이체 역시 일반적인 상거래 방식”이라며 “형식만으로 영업의 실질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계약서에 ‘부동산(공장) 월세 계약서’라는 표제가 붙어 있고 ‘공장’이라는 표현이 반복 사용된 점 역시 상가임대차법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가 되지 못했다. 대법원은 계약 문언보다 실제 사용 실태와 당사자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임대인 역시 임차인이 영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제조업 등 비전형적 영업 공간에서도 상가임대차법 적용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규모 자영업자나 제조업 임차인에게는 계약갱신요구권, 임대료 증액 제한 등 법적 보호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반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공장’으로 기재했는지만으로 상가임대차법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임대차 계약 체결 시 실제 사용 형태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원심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고, 상가임대차법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판결이 향후 공장·창고 임대차 분쟁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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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박명미 (개업공인중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