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칼럼]
이 컬럼은 커리어를 방법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말의 구조를 들여다본다.
언어가 바뀌면 사고가 바뀌고,
사고가 바뀌면 커리어의 방향도 달라진다.오늘은 그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는 두 단어, '어차피'와 '그래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생이 막히는 순간, 상황을 분석하기보다 먼저 한 단어를 고른다. 그리고 그 단어는 생각보다 자주 현실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현실을 미리 결정해 버리는 문장이 된다.
“어차피 안 될 거야.”
이 말은 체념처럼 들리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이후의 선택을 조용히 지워버리는 선언에 가깝다. 아직 해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결과를 정해버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상담실에서, 그리고 내가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 속에서도 나는 이 단어를 자주 만났다.
“어차피”라는 말은 먼저 성장을 멈춘다
“어차피 안 돼.”
“어차피 세상은 그래.”
“어차피 나는 그런 사람이야.”
이 말들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실패해서 멈춘 게 아니다. 대부분은 멈출 준비가 된 언어를 먼저 선택했을 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부른다. 몇 번의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굳어질 때, 사람은 행동에 나서기 전에 스스로를 조용히 포기한다. 조용한 포기는 오히려 마음이 덜 다치기 때문에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언어는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행동의 범위를 정한다. 그래서 “어차피”라는 말은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실패가 시작되는 지점이 되곤 한다.
“그래도”라는 말은 가능성을 다시 연다
반대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말에는 이런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래도 한 번 더 해보자.”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이 말은 막연한 긍정도 아니고,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도 아니다. 다만, 가능성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과한 열정의 언어도 아니다. 뇌과학에서는 이런 언어가 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고 회로를 다시 활성화한다고 설명한다. 실패를 ‘끝’으로 규정하는 대신 ‘과정의 한 부분’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말. 그래서 “그래도”라는 단어는 위로라기보다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신호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성과의 차이가 능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반복해서 본 차이는 대부분 말의 선택에서 시작됐다.
“어차피 안 되니까”에서 멈추는 사람과 “그래도 여기까진 해보자”로 이어가는 사람.
출발선은 비슷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도착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커리어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도, 어느 날 갑자기 도약하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가 반복해 온 문장만큼 이동한다.
오늘, 나는 어떤 말로 하루를 시작했을까?
오늘 하루, 당신의 입술에 가장 오래 머문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어차피”였을까, 아니면 “그래도”였을까?
이 질문은 의지를 점검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를 관찰하기 위한 질문이다. 능력을 키우는 것도, 환경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능력을 더 키우기 전에, 환경을 바꾸기 전에, 단 하나의 단어부터 조심스럽게 바꿔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안 돼.” 대신 “그래도 한 번 더 해보자.”
그 사소한 세 글자가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꾸고, 그 방향의 변화는 커리어의 궤적을 천천히 바꾼다. 성과를 내는 사람은 상황이 특별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언어를 먼저 선택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늘 일상의 아주 작은 말에서 시작된다.

[박소영 칼럼] 박 소 영 | 커리어온뉴스 발행인, 브런치 작가
상담과 출판, 글쓰기를 통해
사람의 커리어를 ‘언어’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