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강남으로 돌아간다. 가격이 너무 높아서, 이미 늦은 것 같아서, 나와는 상관없는 시장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때는 강남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는다. 강남은 언제나 그렇게 한국 부동산 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이강미 대표(집누나)의 신간 『부동산, 강남에 묻어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강남을 꿈의 대상이나 신화로 소비하지 않고, 왜 이 지역이 여전히 기준이 되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강남은 오른다”는 단순한 명제를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강남이 움직일 때 시장 전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정책 변화와 금리, 수요 이동이 강남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흡수되는지를 짚는다. 하락장과 조정기를 거치면서도 강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균형을 회복해 온 이유를 가격이 아닌 구조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흔들었던 금리 인상기와 거래 절벽 국면에서도 강남이 보여준 반응은 다른 지역과 분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이 책은 그 차이가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강미 대표(집누나)는 강남 한복판에서 오랜 시간 실거래와 상담을 통해 시장을 체감해 온 인물이다. 책 전반에는 현장에서 축적된 시선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특정 단지나 가격을 과시적으로 나열하기보다는, 강남이라는 시장이 어떤 논리로 선택되고 배제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강남을 바라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기준 없이 따라가려는 태도라는 점을 반복해서 환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묻어라’는 표현 역시 무작정 따라붙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기준이 되는 시장에 자신의 판단을 대입해 보라는 제안에 가깝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책이 강남 투자자를 위한 설명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남을 통해 수도권과 비강남 지역의 흐름을 읽는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관계, 갈아타기가 작동하는 경로, 상급지 이동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방식 등을 강남 사례를 통해 풀어내면서, 독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시장을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강남을 사지 않더라도 강남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동산, 강남에 묻어라』는 빠른 결론을 내리는 책이 아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사야 하는지를 말해주기보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해석의 기준이라는 점을, 강남이라는 가장 복잡한 시장을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은 강남을 향한 욕망을 자극하기보다, 강남을 통해 자신의 부동산 판단을 점검하게 만든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지금의 시장에서, 이런 접근은 오히려 드물고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