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감정의 연회, <축하해>

질감으로 말하는 감정의 언어

색채로 완성된 균형의 순간

예술로 건네는 조용한 축하

 

<축하해> 20호. 아크릴, 옻, 황토

 

 

화폭을 마주하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면 중앙을 가득 채운 노란 장미다.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은 색감, 그리고 약간 거친 표면 질감은 단순한 꽃다발이 아니라 ‘시간의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작품 〈축하해〉는 제목 그대로 축하의 순간을 그렸지만, 그 감정은 들뜨거나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작가는 ‘고요한 감정의 연회’를 그리고 있다. 노란 장미가 가진 따뜻함은 와인잔 속 붉은 색과 맞물려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두 개의 잔은 대화를 기다리듯 서로를 향해 서 있고, 마치 한 차례 건배가 오간 듯 잔 안에는 여운이 남아 있다. 이 장면은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동시에 담고 있다.


〈축하해〉의 표면은 매끈하지 않다. 붓질이 겹겹이 쌓이고, 물감의 층이 남긴 요철은 감정의 결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완벽한 표면 대신, 남겨진 흔적과 거친 질감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보여준다. 이 질감은 단순한 회화적 기법이 아니라 감정의 문법이다. ‘축하’라는 말 뒤에는 늘 설명되지 않은 복합적인 감정이 남는다. 작가는 그 잔여의 감정을 표면의 요철로 번역했다. 그래서 이 그림은 기쁨의 기록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자 ‘감정의 증거’다.

 

작품의 중심을 잡는 것은 노란 장미의 따뜻한 색감이다. 그 주변을 감싸는 녹색과 회색의 배경은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기억의 표면처럼 보인다. 여기에 붉은 와인색이 더해지며 감정의 긴장이 만들어진다. 색채의 조화는 단순히 시각적인 미학을 넘어 감정의 리듬을 만든다. 노란색은 따뜻함과 기억을, 붉은색은 관계와 온도를, 녹색은 회복과 여운을 상징한다. 이러한 색의 조합은 ‘축하’라는 단어가 가진 다층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축하해〉는 특정한 사건을 기록하는 그림이 아니다. 오히려 이름 없이 스쳐간 축하의 순간들,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감정의 여운을 담고 있다. 배경의 색과 형태는 구체적인 장소라기보다 감정이 스며든 ‘기억의 풍경’이다. 관객은 그림을 바라보며 자신의 기억을 불러온다. 누군가의 성취, 혹은 오랜 기다림 끝에 전한 말, 또는 스스로를 향한 위로까지 이 작품은 그 모든 감정의 장면을 담을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이 그림은 ‘누구를 위한 축하’인지를 끝내 말하지 않는다. 바로 그 익명성이 이 작품의 보편성을 만든다. 〈축하해〉는 기념일의 정점이 아니라, 그 전과 후를 모두 품은 ‘시간의 초상’이다. 작가는 화려한 표현 대신, 감정의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심’을 그리고 있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어느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다이닝룸의 끝, 혹은 하루의 마무리에 놓이면,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주며, 매일 새롭게 감정을 불러낸다. 그것이 바로 〈축하해〉가 가진 미학의 본질이다. “완벽하지 않은 감정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축하다.”

 

 

 

 

작성 2026.01.28 16:07 수정 2026.01.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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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