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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미래
함벽루 난간 위를 날치처럼 날아 강물로 뛰어들던 어린 시절은
와글와글 떼를 지어 과거로 가버렸다
그때 어머니의 걱정은 미처 도착하지 않았고
어두운 광 안에서 연년생 매실주가 나이를 차곡차곡 먹는데
침이 고일 때마다 거기 여섯 남매의 어머니가 보였다
한 아름도 넘는 쇠기둥을 기어이 그러안고 갈 곳을 잊어버리고만 흰 머리카락
부축하는 동물이 곁에 없다
먹구름 같은 하늘을 짊어진
키가 크고 뚱뚱한 일요일의 회색빛 빌딩에서는
4층 요양병원 실내의 실루엣만 어둑하게 어른거렸다
물의 표면에 제멋대로 그림을 그리는 햇살을
함께 쪼일 사람이 없다
지하철역 안내 화면에 ‘열차 당역 도착’이라는 자막이 뜨자
젊은 무리가 밀물처럼 차오르지만
떼를 지어 제 各各. 떼를 지어 혼자서.
지각遲刻인 듯 보이는 청춘들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서 내린다
여기서도
떼를 지어 제 各各. 떼를 지어 혼자서.
이팝나무가 둘러선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에는 아이가 하나도 없어
혼자 내려온 햇빛이 적막을 데리고 시소를 탄다
아이가 드물어 나라가 소멸한다는데!

[박현구]
2018년 월간 《시문학》 등단.
시집 『손이 많이 가는 남자』.
제22회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외.
한국시문학문인회. 이어도문학회. 시모리. 율동시회 고문.